거울을 이용한 통증 치료, MVF

거울을 이용하여 통증, 환상지 증후군을 치료한 경우가 있습니다. 뇌신경학자인 라마찬드란 박사가 개발한 간단한 방법인데 의미가 있는 결과를 보이고 있고 연구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치료의 배경은 신경가소성에 있습니다.

 

- 목차 -

1. 환상지 증후군과 뇌의 신체 지도

2. 뇌에 그려진 신체 지도의 변화

3. 시각과 운동 정보의 부조화

4. 거울을 이용한 통증 치료

5.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힘

 

MVF, 거울로 뇌신경회로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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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상지 증후근과 뇌의 신체 지도

환상지 증후군(Phantom Limb Syndrome)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수술이나 사고로 팔이나 다리를 절단한 사람들이 본래 있던 팔이나 다리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거나 가려움이나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증상입니다.

 

모든 통증은 말초신경으로부터 유입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뇌가 만드는 것이지만 환상지 증후군의 경우 원인이 없이 뇌가 통증을 만든 것입니다.

 

뇌에는 신체 지도가 있습니다. 신체 각 부위의 움직임이나 감각을 지배하는 영역입니다. 해당 부위로부터 뇌의 영역으로 끊임없이 정보가 들어오고 뇌는 몸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손을 움직일 때는 손 근육이 수축 이완하는 감각이나 관절이 구부러지는 감각, 손의 위치 감각 등의 체성감각과 손이 움직이는 상황의 시각적 감각이 뇌로 전해집니다.

손을 잃은 경우, 이러한 체성 감각과 시각적 감각 정보가 뇌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갑자기 손 하나를 절단하는 경우가 생겨도 대뇌 피질의 신체 지도에서 이 손에 상응하는 영역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뇌에는 손이 계속 있는 것입니다.

사실 뇌 신경은 가만히 있지 못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손을 담당하는 뇌신경영역은 정상적으로 받아왔던 정보들을 박탈당하여 뇌에서는 갈등이 발생하고, 그 갈등이 아픔으로 인식되어 환지통이 발생합니다.

없는 손을 느끼게 됩니다.

 

2. 뇌에 그려진 신체 지도의 변화

사라진 손에 대응하는 감각을 관장하는 부위의 대뇌 피질 뉴런에서는 손에서 전해지는 감각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손의 감각 정보를 받아왔던 뉴런이 뇌에서는 붙어있는 뺨이나 상완의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부분으로 물리적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신경회로를 형성하면서 뇌지도가 수정됩니다.

상완이나 뺨을 만지면 사라진 팔을 만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역의 경우도 성립합니다. 삼차신경이라고 이마, 뺨, 턱 부위의 감각을 지배하는 뇌신경이 있습니다. 삼차신경이 손상된 경우 삼차신경으로부터 오는 자극을 받던 뇌의 뉴런이 손 지배 영역으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손을 만지면 얼굴을 만지는 것과 비슷한 감각을 느낍니다.

 

없는 손을 느끼는 환상지 증후군처럼 원인이 치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을 느끼는 경우는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골절이 발생한 후 후유증으로 통증이 있는 경우입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교통사고 후에 만성적인 통증을 느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쳤을 때 뇌는 가만히 있지 않고 어떤 동작을 취하면 극심한 통증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동작과 통증의 인과관계가 성립하고 뇌는 그것을 학습합니다. 즉 시냅스가 강화되어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3. 시각과 운동 정보의 부조화

환상지 증후군의 경우 감각적 이상 뿐만 아니라 운동에 관한 감각 역시 갖습니다. 사라진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보다 감금증후군처럼 없는 손이 마비된 것처럼 느끼면서 통증만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근육으로 나가는 운동 신호는 두정엽에서 근육과 피부, 관절, 눈에서 보내온 감각 신호와 비교됩니다. 두정엽이 불일치를 감지하면 운동 신호가 수정되고 그리하여 안정적으로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 문을 열려 손을 뻗었는데 현재 몸의 움직임과 눈을 확인한 손의 위치와 운동을 비교하여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지요.

손을 잃었더라도 당장 대뇌의 운동영역은 그 사실을 모릅니다. 그래서 없어진 손에 운동명령을 계속 보냅니다. 이 신호는 감각 신호를 받지 못하는 두정엽에 계속 전해지고 뇌는 가상의 실제 운동으로 잘못 해석합니다.

 

운동 피질이 끊임없이 운동명령을 보내는 상황에서 두정엽이 본 바로는 근육이나 감각적인 신호가 없습니다. 운동명령과 감각 피드백 사이의 상호 관계를 지원하던 시냅스도 교란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운동 신호는 계속 발생하여 시냅스의 교란이 강화되고 결국 시냅스는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하고 약화합니다. 정상적인 시냅스는 점점 약화하고 운동 신호의 발생만 남게 되어 끝없이 없는 손에 대한 명령만 남습니다.

 

특히 손을 절단하기 전 마비 상태에 있었을 경우 뇌는 마비 상태의 손에 대한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없어진 손에 대한 수정을 할 수 없어 사라진 손이 마비된 손으로 여겨지게 됩니다.

 

4. 거울을 이용한 통증 치료

이 환상을 어떻게 깰 수 있을까요?

만약 손이 다시 생겨 시각적 정보와 운동 정보가 교류를 하게 된다면 더 이상 고립된 상태로 운동 신경만이 발화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라진 다시 이어붙일 수는 없는 일이니 거울을 이용합니다.

MVF(Mirror visual feedback)는 라마찬드란 박사가 개발한 획기적인 방법입니다. 거울을 이용하여 마치 사라진 손이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눈에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눈에는 거울에 비친 상이 보이고, 그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만 한편 없어진 손과 같은 위치에 그 손이 자리 잡은 시각적 정보가 뇌에 전해집니다.

 

거울로 반대편 손을 사라진 손의 위치에 비춘다

 

결과는 꽤 놀랍습니다.

현재 이와 관련해 많은 논문이 있으며 아직도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실제 임상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아직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라마찬드란 박사는 서로 상충하는 정보들 즉 관절이나 근육 피드백이 없는 체성 정보, 또 대답이 없는 운동명령 신호, 거울상자를 통해 입력된 어긋난 시각적 피드백이 서로 꼬이고 어긋난 정보들이 입력되면 뇌가 설명을 포기해 버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손이 없다고 뇌가 결론을 내리게 되어 지금껏 엇갈린 운동신호나 감각신호를 무시하게 된다고 기전을 설명합니다.

뇌는 대안이 없으면 부정하는 쪽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뇌졸중 환자의 경우에도 MVF로 통증이 많이 경감되고 감각과 운동 기능이 회복되었다는 연구 발표도 있습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오목 거울을 사용하여 손의 크기가 작게 보이도록 했더니 통증의 정도도 줄어들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뇌가 만들고 다시 적응하기 위한 과정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힘

한의원에서 이 방법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분명히 나아야 할 상황인데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은 젊은 여성 환자분에게 거울 치료를 설명하고 하루 30분씩 집에서 연습하시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호전을 말씀하시지는 않았고 얼마 후부터 한의원에 안 오셨습니다. 확신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그 후로 이 방법에 관해 치료 중에 말씀을 나눈 분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증상과 치료의 배경에는 신경가소성이 있습니다.

신경가소성은 자극에 의해 새로운 신경 회로가 형성되는 것뿐만 아니라 오래 사용하지 않아 더 이상 쓸모가 없는 회로를 없애는 것도 의미합니다.

 

뇌의 변화는 참 놀랍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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