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것에 찔리거나 문에 발이 끼었을 때, 아니면 무거운 것이 발가락에 떨어졌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피부가 갈라져 피가 나거나 멍이 들고 생각만 해도 움찔거리는 통증이 생길 겁니다. 아픕니다. 어떡해야 할까요?
저라면 어지간한 경우 침으로 치료합니다.
통증의 발생 과정이나 치료 기전을 보면 용어가 다를 뿐 한의학에서 하는 말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신경과 경락이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락에는 기혈이 흐릅니다. 각 경락에 흐르는 기운은 다른 경락에 흐르는 기운과 성격이 다릅니다. 어떤 경락에 잘못된 것이 나타났느냐에 따라 증상이 달리 나타납니다. 경락 자체가 증상을 결정하는 것이지요. 경락과 비슷하게 통증 역시 어떤 경로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무거운 물건에 발가락을 찧었다면 ‘악’하는 엄청난 고통이 전해 옵니다. 그러다 좀 있으면 욱신거리는 통증이 나타납니다. 처음 나타나는 통증은 빠르고 정확하고 구체적입니다. 즉각적인 위축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2차 통증은 아픈 곳에 주의를 계속 기울이게 됩니다. 그래서 더 심한 부상을 막고 회복을 돕는 행동을 하게 되지요.
처음 날카로운 통증은 미엘린에 둘러싸인 중간 굵기의 A-δ섬유와 미엘린에 둘러싸인 굵은 A-β섬유를 통해 전달됩니다. 기계적, 온도적 통증 감지기 분자 중 일부가 A-δ신경섬유의 자유종말 안에 묻혀 있기 때문에 빠르게 전달됩니다.
이어지는 욱신거리는 미만성 통증은 C섬유로 전달됩니다. C섬유 신경종말 아집단을 다종성 통증 감지기라 하는데 다양한 유형의 통증에 폭넓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구체성이 덜합니다.
척수 후각으로 들어간 뉴런은 여러 층위를 이루며 각각의 정보 전달합니다. 동시에 정보가 서로 섞입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를 WDR뉴런이라 합니다. 통증신호와 비통증 신호가 척수에서 섞이면서 감각 착각이 일어납니다.
손이 아플 때 아픈 부위를 감싸고 살살 문지르면 통증이 덜해지는 것이 이런 이유로 나타납니다.
척수에서 뇌로 전달된 통증 신호는 감각 식별 영역과 기분 감정 영역이 정보를 처리합니다. 이들 영역이 뇌의 통증 경로입니다. 이들 영역에서 처리된 정보는 전측대상피질, 대뇌섬, 전전두엽피질, 편도체 등으로 수렴합니다.
이 곳에서 통증이라는 감각과 현재 상황들을 비교하는 역할과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해석을 합니다.
이 영역들에서 처리된 정보들이 PAG라고 하는 뇌간 내 신경다발로 보내집니다. 뇌간은 자율신경조절이나 의식을 갖게 하는 등 필수 생명유지 기능을 하는 곳입니다. 다시 PAG로부터 뇌간의 더 아래로 전달되어 청반과 전복측연수를 흥분합니다. 전복측연수에는 통증에 대한 신호 발생을 늘리거나 줄이는 세포가 있습니다. 뇌에서 처리된 정보를 바탕으로 통증을 확대하거나 아니면 무시한다는 단순한 결정의 형태를 몸으로 보내는 것이지요.
최종적으로 축삭이 척수후각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시냅스가 형성되면서 말초에 있는 통각 신경섬유들의 신호 전달을 억제하거나 강화합니다.
침을 맞으면 침의 신호가 A-β섬유를 통해 빠르게 전달됩니다. 침의 강력한 신호는 아픈 곳에서 지속적으로 전해오는 통증을 억제시킵니다. 뇌에서 시작되는 하향조절기능들은 통증 자극을 전달하는 세포들의 흥분도를 조절하여 빠르게 통증을 완화합니다.
특히 전기적 자극이 더해지면 신호를 빠르게 전달하는 A-β섬유를 통해 척수에 빨리 자극이 전달되고 척수후각에 있는 SG cell을 흥분시켜 T cell에 억제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통증 신호 전달의 관문을 막아버립니다.
침이 통증을 제어할 수 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입니다.
좀 복잡한 내용었으나 정리겠습니다.
첫째, 통증은 다양한 신경을 통해 중추신경계로 전달된다.
둘째, 척수와 뇌에서 통증 신호가 왜곡된다.
셋째, 침은 아픈데 효과가 좋다.
<뇌와 만성통증 및 치료에 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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