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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한의학

만성통증과 뇌

by Mr. Goodman 2020.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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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인 기쁨은 없으나 만성통증은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통증을 느끼는 데에는 뇌가 큰 역할을 합니다. 가끔 뇌는 없는 통증도 만들어낼 때가 있고 조그마한 자극을 부풀려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것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인간의 뇌는 오류로 가득 차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최고의 정보처리기구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정확한 판단을 내립니다.

 

우리가 기쁨을 느낄 때는 기쁨을 느낄 어떤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제공하는 정보가 뇌를 계속 자극하지 않습니다.

간지럼을 느낄 때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얼마 후 뇌가 몸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기쁨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감수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기쁨이 지속되지 않습니다.

 

또한 곧 뇌가 그 일에 익숙해져서 더 이상 뇌의 회로가 반짝거리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역시 즐거움이 지속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처음에는 기발하여 웃지만 기발함의 우리 뇌가 기발함의 구조를 금새 파악하기에 금방 식상해져버리지요.

우리가 기쁘다고 여기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 곧 사라집니다.

없는 일에 뇌가 더이상 반응하지는 않게 되고 그래서 만성적인 기쁨의 상태는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통증은 통증을 야기하는 원인이 실제로 있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나타납니다.

화상을 입어 조직 손상이 나타났을 경우 더이상 열 자극이 없음에도 사소한 자극에 민감해집니다. 통증이 일반화하는 것이지요.

더하여 신체에 아무런 자극이 없을 때에도 자발적으로 통증을 느낍니다. 이 통증은 아픈 조직에 정확하게 국한되지 않고 주위로 퍼집니다.

 

손상된 세포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분비되고 C형 통증 섬유 말단의 TRPV1과 같은 수용기를 자극합니다.

비만 세포를 비롯한 백혈구가 활성화하여 브라디키닌이 분비되고 백혈구에서 TNF-α, NGF와 같은 물질들이 분비되는데 이들 물질은 C섬유 말단 수용기의 역치를 대폭 낮추어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합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자극에 기겁을 하는 것이죠. 아플 때는 옷이 스쳐도 자지러질 때가 있잖아요?

활성화된 비만세포가 히스타민을 분비하면 혈관이 확장되고 혈장이 약간 새는데 열감, 발적, 부종을 일으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아플 때 나타나는 염증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백혈구 유출로 인한 염증반응
손상부위를 향한 백혈구와 여러 화학물질의 혈관 밖 유출

 

염증이 나타나면 신경종말은 혈관 확장과 혈장 누출을 촉진하는 CGRP 분자와 비만세포를 활성화하는 물질P라는 분자를 분비합니다. 그리고 C 신경섬유가 양성 피드백 회로를 통해 조직에 신호를 보냅니다. 반응이 점점 확대됩니다.

이 신호들은 근처의 건강한 조직으로 확산되어 신호 발생의 피드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위로 통각과민증이 퍼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실제로 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픔을 느끼는 것입니다.

 

지속성 통증은 통각 신경섬유 말단의 변화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척수 내의 시냅스가 변해서 생기기도 합니다.

지속성 통증으로 뉴런의 연결망이 거듭 자극되면 시냅스가 더 튼튼해지고 더 강력해집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공부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계속 반복해서 외우거나 연습하면 기억을 하고, 몸에 익게 되지요.

이렇듯 뉴런이 반복해서 자극받아 시냅스가 강화되는데 통증이라고 해서 과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시냅스는 뉴런에서 글루탐산염 분비가 증가, 척수후각 뉴런의 글루탐산염 수용기 증가, 후각 뉴런 내 전압작동성 이온 통로의 변화로 인한 반복적 신호 생성의 증가 등으로 인해 강화합니다.

이렇게 변화한 척수 상의 시냅스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이나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증이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신경통이 남아있게 됩니다.

대상포진 초기 염증반응
대상포진 초기 모습, 염증반응으로 통증이 발생한다

 

대상포진 후기 염증반응 후에도 남는 통증
대상포진 후기, 염증이 가라앉아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통증 정보를 전달하는 척수 내 시냅스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면 척수 뉴런이 뇌로 보내는 신호 또한 바뀌게 되고 바뀐 활동의 결과로 뇌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뇌에서 정보가 처리된 후 척수후각으로 신경은 다시 뻗어 내려와 통각 신경섬유들의 신호 전달을 억제하거나 강화합니다.

 

정리하자면, 염증으로 인해 통증이 생기고 지속합니다만 통증이 계속되어 학습효과로 인해 시냅스의 변화가 나타나 만성통증이 됩니다.

더하여 뇌에서 안 좋은 것이라는 해석이 가해지면서 통증 회로가 더욱 강화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통증을 일으키는 염증이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픔을 느낍니다.

 

글이 길어져 다음 글로 염증 및 만성통증에 아주 효과적인 봉침(蜂鍼)과 뇌의 변화에 관하여 올리겠습니다.

 

 

 

<뇌와 만성통증 및 치료에 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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