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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가족 한방 주치의
독서노트

일드 언내추럴 리뷰

by Mr. Goodman 2021.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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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

…… 지금도 그대는 나의 빛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한다. 만약 그 사람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어 이제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리움은 더욱 간절하다.

그리고 같이 있던 시절 풀지 못한 오해로 인해 남은 자의 원망과 그리움은 더 짙어진다.

 

오해가 있었음을 떠난 사람이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말하지 못한 채 다시 만날 수 없으면 떠난 이는 남은 자의 마음에 영원히 왜곡된 모습으로 봉인된다. 서로가 서로의 진실을 알지 못하고 영원히 다른 곳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죽음 뒤에 가려진 진실을 죽은 자가 말할 수는 없다. 죽은 이를 대신해서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 남은 자에게 위로를 전하는 사람이 있다. 법의학자다.

 

법의학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보았다. 일본 드라마 언내추럴이다.

이 드라마에서 법의학자는 의문사의 원인을 밝히고 더 근본적으로 남은 자와 떠난 자 사이에 남은 오해와 미련을 푼다.

죽음이 소재고, 죽음의 이면에 있는 내용을 밝히는 드라마이지만 언내추럴은 본질적으로 동화다.

 

동화가 가능한 이유는 배우 때문이다.

이시하라 사토미가 주인공이다. 낯익은 얼굴이어서 검색을 해보니 역시 고멘한마디로 미안하다고 말하게 만든 내가 잘못했다고 자책하게끔 마법을 부렸던 그 배우였다. 그만큼 사랑스럽다.

 

법의학자 미코토
법의학자 미코토 역의 이시하라 사토미 -언내추럴 2회 캡처
미코토가 전하는 삶에 대한 긍정 메세지
미코토가 전하는 삶에 대한 긍정적 메세지 - 언내추럴 2회 캡처

 

이런 사람이 비밀을 캐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본다면 어느 누구라도 동참하여 돕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이 큰 갈등 없이 해결이 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리고 풀리지 않고 의심하던 일들은 주인공을 보면 곧 해결될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수월한 문제 해결을 구태여 흠잡을 필요 없이 수긍하고 넘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동화다.

 

이 드라마가 좋은 이유는 이렇게도 사랑스러운 배우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러브 스토리로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사랑 이야기가 끼어들고 주객이 전도된다.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법률사무소에서는 변호사들이, 폭력 세계에서도 주인공은 연애를 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끝까지 처음 시작한 법의학자의 직분에 충실한다. 이것이 동화이지만 또 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사실 사내 커플이 극소수인 것만 봐도 일하는 곳은 일하는 곳이지 연애하는 곳이 아니다.

 

매 회 원인을 밝혀야 할 주검이 있고, 원인과 사건의 이면을 밝힌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는 한 회로 끝나지만 드라마는 연속성을 지닌다. 이 연속성은 마지막 회에 이르러 10년 가까이 연인의 죽음을 항상 옆에 끼고 있던 그 고통을 해소한다.

이야기로서 완결된 구조를 갖고 있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과장된 몸짓이나 어투, 상황이 없다. 그리하여 동화를 보며 행복하다가 차가운 현실을 확인하고 가슴 아파하기도 한다.

떠난 사람이 남긴 메시지를 남은 사람이 받고 오해로 얼룩진 과거를 치유할 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도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잔잔히 흐르는 주제곡 ‘Lemon’은 그 위로의 감정을 더욱 명백히 드러낸다.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 사고의 어두움과 불꽃놀이의 화려함이 명암으로 대비될 때 이 노래가 흐른다. 매일 산다는 것의 무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거룩하면서도 서글프다. ‘불꽃놀이라는 말보다 일본어인 하나비(花火)’라고 읊조릴 때 그 서글픔이 더 크게 다가온다.

 

삶의 무게
힘겨운 삶에서 쓰러진 남자가 바라본 하늘 - 언내추럴 4회 캡처

 

하나비
그 남자의 눈에 들어온 하나비 - 언내추럴 4회 캡처

 

이 드라마는 2018년 작품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이 조금 지났다. 거의 동시대라 할 수 있는데 일본 사회의 후진성이 눈에 들어온다.

어떻게 하여 전염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비난을 받을 수 있을까? 개인의 정보가 공개되는 것도 경악스러운데 그것을 바탕으로 이지메를 가하는 일본 사회가 이제는 낯설다.

어디에도 방역의 주체로서 정부는 보이지 않고 사회를 오염시킨 원흉으로 개인을 갈기갈기 찢는다. 저열한 감정적 배설이다.

 

이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도 인지하지 못한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로서 받아들이고 개인의 누명을 벗기는 과정에 집착한다.

일본 사회의 민낯이고 수준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를 보고 많이 놀랐다. 한 개인의 권리라는 차원에서도, 또 사회적 시스템 차원에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낮았다.

한 사회의 수준을 단순하게 높다, 낮다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상대주의로 포장하기에 일본이 고립된 나라가 아니다. 그러므로 일본 사회의 이런 의식이 놀랍다.

 

무의식적으로 일본을 의식하고 자란 세대였다. 무조건 일본을 이겨야 했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 있기에 든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저만치 뒤에 있는 일본을 보았다.

슬램덩크 안선생님 말씀대로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똘똘 뭉쳐 하나의 유기체처럼 존재하던 일본 사회가 올바른 모델이 되던 때도 있었다. 그것이 힘이 되어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진국이 되었고, 경제대국이 되었다. 어쩌면 오늘의 일본을 만든 그 시스템이 이제는 수명을 다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바꿔야 하는데 일본은 스스로 바꿔본 경험이 없다. 주어졌을 뿐이고 그것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스스로 바꾸지 못할 것이다.

 

드라마를 보며 일본이 가난하다는 생각을 한 것은 나뿐일까??

나처럼 하루를 노동으로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저렇게 무기력하게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드라마의 주제가가 Lemon이다.

노래는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한다. 그런데 드라마를 본 후 이 노래는 드라마의 주제가였음을 알 수 있다. 드라마의 내용도 이 노래가 전하고 있다.

 

차가운 공기가 내려앉는 요즘, 그 공기로 인해 맑고 깨끗해진 모습으로 담담히 그리는 그리움의 여운을 느껴보는 것이 좋다.

 

<관련글>

아래 글에서 이 드라마의 주제곡 Lemon을 들어보세요.

 

요네즈 켄시 Lemon의 히카리와 H2의 히카리

“아빠, 이 음악 좋아할 거야.” 아이가 일본 노래를 유튜브로 보여준다. 영상이 난해하여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평범한 노래라 생각하고 잊었다. 아이가 일본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BGM

kmshan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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