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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현의 노래 독후감

by Mr. Goodman 2021.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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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 노래 / 김훈 /문학동네

 

- 목차 -

1. 책 제목의 의외성

2. 보이지 않게 된 사멸의 이야기

3. 읽기의 버거움과 삶의 버거움

 

현의 노래, 살아있을 때의 소리와 사라진 후의 소리


1. 책 제목의 의외성

소설가 김훈이 ‘현의 노래라는 작품을 발표했을 때 이 작가가 왜 자기 복제를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대호평을 받은 ‘칼의 노래’ 다음 작품의 제목이 '현의 노래'였다. 그래서 인기에 편승하기 위한 제목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물론 그럴 리야 없지만 아무튼 제목을 보고 많이 의아했다.

 

현의 노래
현의 노래

 

전작인 칼의 노래는 이순신을 다룬다. 바로 다음 작품에서는 우륵이 주인공이다. 무인과 예인, 너무도 유명한 위인과 기록이라곤 거의 없는 인물이 비슷한 제목의 작품 속에 대비된다.

홀로 섬이 아니라 나란히 섬으로써 더 선명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글을 써나가는 자기의 삶 속에서 구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2. 보이지 않게 된 사멸의 이야기

가야금을 만든 음악가 우륵이 주인공이고, 제목 역시 현의 노래이기에 우륵이나 우륵이 만든 음악, 아니면 적어도 가야금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양한 인물이 비슷한 무게로 등장한다.

 

우륵, 우륵의 처 비화, 우륵의 제자 니문대장장이 야로, 왕의 시녀 아라, 가야의 왕, 신라의 장군 이사부 등이다. 그리고 가야금이 탄생한 가야 역시 비슷한 무게로 소설 속에서 자리  잡고 있다.

 

소설은 가야 왕의 장례로부터 시작한다. 쇠멸을 앞둔 나라의 이미 쇠잔한 육신의 안치는 쓸쓸하다.

삶이 없는 곳에서 영원한 삶을 기약하는 행위의 헛됨이 크게 다가온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맞으며 사라진다.

허약한 가야의 왕은 죽음의 시간만 기다리다 미처 순장을 치를 여유도 없이 초라한 왕국처럼 죽음을 맞는다.

선왕과 함께 순장되었어야 할 시녀 아라는 순장되기 전 삶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산다. 살아서 무엇 특별할 것 없는데도 불구하고 산다. 그러다 왕의 장례에 유일한 순장자로 죽음을 맞는다.

 

비화는 출신지였던 땅 물혜로 묘사된다. 이 땅은 곧 버려진다. 사람이 흩어져 아무도 살지 않는 물과 뭍이 만나는 자연이 된다.

그곳에서 자란 비화는 그 지방처럼 우륵과 섞인다. 그렇게 살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죽음을 홀로 맞는다.

 

가야는 쇠의 왕국이었다. 가야가 지금 우리에게 남긴 것은 가야금이다. 가야금은 우륵이 전했지만 가야의 철은 그 모습으로 전해지지 못하고 사라진다. 가야의 대장장이가 야로다.

그의 철은 험난한 시기에 병기로 탄생한다. 그리고 병기가 된 쇠의 흐름은 방향이 없이 살아있는 생물인 양 자기의 길을 간다. 살아있는 쇠의 길은 국경이 없다. 그것이 쇠의 길이다.

그 쇠의 길은 살아있는 동안에만 존재하는 소리의 길과 묘하게 닮았다.

 

쇠를 다루는 야로는 쇠가 가는 길을 막지 않지만 소리를 다루는 우륵은 소리를 담으려 한다. 그것이 야로와 우륵의 삶과 죽음을 가른다.

 

숱한 전쟁을 치러온 이사부.

왕명은 살생을 금하라 한다. 하지만 군사는 살생 없는 길이 없다. 군사는 군사의 길이 있다. 이사부는 숱한 살생의 현장에서 그 길을 간다.

이사부는 살아나는 나라 신라의 장수이다. 그러나 그 역시 자기의 길에서 죽음을 맞는다.

 

가야의 소리를 모두 담은 가야금은 오랜 세월 동안 시간에 의해 완성된다. 소리를 담는 악기는 자연의 시간이, 소리를 심는 음악은 인간의 시간이 완성한다. 그렇게 사라진 가야 왕국의 모든 고을의 소리가 가야금에 담긴다.

악기에 담긴 소리는 신라로 전해지고 우륵도 죽음을 맞는다.

 

결국 이 글은 한 왕국이 쇠멸하는 과정에서 역시 멸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다.

사라진 한 인간이 남긴 소리를 담는 물건을 매개로 옛날과 지금을 살고 있는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3. 읽기의 버거움과 삶의 버거움

김훈은 칼의 노래에서 오랜 시간 칼을 지켜보았다 했다. 그 칼을 쓴 한 인간의 삶을 칼을 통해 전해 듣기 위해서였다.

현의 노래에서도 오랜 시간 금을 지켜보았다 한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소리만 담긴 금을 통해 한 인간의 삶을 전해 들을 수 있었을까?

이 소설은 작자의 절망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하여 이 소설에서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김훈이다. 그러나 김훈의 글은 꺼린다. 감정이 배제된 문장 하나하나가 결국 감정을 건드린다. 작가의 개입이 절제된 문장이지만 그 차가움이 오히려 가슴을 에인다.

김훈의 글은 산문임에도 문장 하나를 읽기가 버겁다. 역시 이 작품도 그러하다. 많이 힘들었다.

어머니의 장례 후 지독히 부끄러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기가 어려울 때였기에 그 사멸의 슬픔은 사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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