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댄 애리얼리 / 이경식 / 청림출판
- 목차 -
1. 속이는 행위의 합리성
2. 책의 내용 : 속이는 행위와 정직함의 타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3. 지식에 관한 책을 읽고 느낀 허무함
The Honest Truth About Dishonesty
1. 속이는 행위의 합리성
자연의 모든 생물들은 생존하기 위해 에너지는 최소로 쓰면서 최대의 에너지를 얻으려 한다.
멸종하지 않은 것이 신기한 나무늘보는 쓰는 것을 최소화함으로써 에너지를 적게 섭취해도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적게 먹고 적게 쓴다.
벌새는 1초에 60회 날갯짓으로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풍부한 식물의 꽃에서 꿀을 얻는다. 많이 쓰고 많이 버는 전략을 선택했다.
복잡해 보이는 인간의 행동 역시 ‘최소 비용과 최대 효과’에 근거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할 수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인간은 이익이 최대가 되고,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최소비용, 최대 효용의 행동 원칙을 인간에게 적용할 때 합리적 즉 이성에 적합하다고 일컫는다.
인간의 행동 또는 행동의 원인은 합리적 이유가 있고 이것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므로 개개인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은 경제학에서 꽃을 피운다. 경제학은 수학을 이용하여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의 말이 틀린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최소비용과 최대 효과에 근거하면 약하고 어리숙한 사람을 위협하거나 속이거나 해서 빼앗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일반화하지 않는데 이유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범죄자가 될 리스크나 범죄자가 된 후 치러야 하는 비용이 크다.
사람은 비용과 효용을 비교하여 최선의 결과를 도출한다고 본다. 그것이 합리적이라 여긴다. 그런데 사람들의 행동은 이런 원칙과 무관하다.
속이더라도 들킬 염려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인간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2. 속이는 행위와 정직함의 타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이 책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부정행위는 있으나 그 부정행위의 정도가 위험과 수익의 비교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댄 애리얼리는 합리적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기 힘든 인간 행동의 원인을 실험을 통해 밝힌다. 비합리적 행동의 배후를 합리적으로 밝히고 개선책을 제시한다.
먼저 도덕성이 개입하는 범위, 즉 최대효용을 얻을 수 있지만 스스로 한계를 정하는 성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 한계는 사람마다 다른데 이를 퍼지 요인이라 부른다. 당연히 용납하는 부정의 구간은 누구나 가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당연한 이유를 스스로 합리화한다.
누구나 적당히 공짜를 즐기지만 그 자기가 정해놓은 규칙의 구간을 확대하는 요인이 있다.
첫째로 이익충돌이다.
자기의 이익이 늘어날 경우 더 적극적으로 규칙을 어기게 된다.
두 번째로 자아고갈이다.
규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 억제가 필요하다. 너무도 많이 억제하여 피곤하고 지칠 경우 어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하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 저녁에 다이어트를 하려 억제했던 음식에 대한 욕구가 무너져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로는 한 번이라도 규칙을 어긴 경험이다.
이럴 때 뇌는 잘못에 대해 스스로 합리화한다. 뇌의 자기 합리화는 자연스러운 작용이므로 누구에게나 나타난다. 규칙을 어긴 후 스스로 합리화하고 부정의 범위는 넓어진다.
아무래도 규칙을 어겼을 때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적당하게 스스로 설득력이 있는 논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자기마저도 속일 수 있는 그럴듯한 논리를 더 잘 개발한다..
즉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규칙을 더 잘 어길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어기면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어긴 상태를 정상범위로 합리화하여 만든다. 누구나 이런 행동을 하므로 처음 정해진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는 자기기만이다.
만약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면 관련이 없는 일에서도 규칙을 어기고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명품이 아니라 짝퉁 브랜드를 입고 있을 때 좀 더 규칙을 어기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 실험으로 나타난다.
다섯째는 타인과의 관계다.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될 때 기꺼이 부정을 저지른다.
또한 부정을 관찰했을 때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자기가 속한 집단의 사람인지 아니면 자기와 다른 집단의 사람인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만약 자기 집단의 사람이라면 영향을 받아 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외집단이라면 오히려 더 도덕적 행동을 한다.
즉 한 사회의 문화 역시 큰 영향을 미친다.
위에 언급한 요소들이 부정의 경계를 더 확장하거나 좁힐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고, 부정을 저지를 때 얻는 이익과 리스크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하여 실험을 구상하고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로 설명하는데 실험이 기발하고 또 그 실험이 타당성을 갖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밝힌 부분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
인간의 비합리성과 도덕성을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관찰할 수 있는 책이다.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 여겨 추천한다.
3. 지식에 관한 책을 읽고 느낀 허무함
이 책을 읽는데 내용은 익숙한데 읽었다는 기억이 없다. 여기저기서 읽었고 그것이 단편적으로 머릿속에 남았으려니 생각하며 계속 읽었다. 거의 2/3를 읽고서야 이 책을 이미 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는 책을 읽었으면 그 내용이 꽤 많이 저장된다. 그러면서 지식의 양이나 생각의 범위나 사고의 틀이 넓어지고 깊어지며 새로워진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독서에도 수확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인지 스스로 풍요로워진다는 느낌을 못 받는다. 하다못해 책 한 권을 거의 다 읽을 무렵에야 겨우 읽었다는 기억을 해내니 이전 이 책을 읽느라 들였던 시간이 허무하다.
자기가 읽으며 메모해 둔 내용이 적힌 책을 보면서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착각을 하다 그 메모를 한 사람이 자기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에 관한 글이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에 나오는 글이다. 20년 전 그 글을 읽을 당시 크게 공감했다. 그 공감은 즐거운 공감이었다.
오늘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좀머 씨 이야기’를 떠올리는데 이번에는 늙어가는 뇌의 급격한 망각을 확인한 것 같아 씁쓸하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행동경제학과 자연운명학에 관한 글>
'독서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리뷰 (0) | 2022.09.13 |
---|---|
김훈 소설 하얼빈 독후감 (0) | 2022.08.30 |
뉴욕 스케치 독후감 (0) | 2021.12.16 |
1984 최동원 후기, 10주기에 그를 그리며 (0) | 2021.12.15 |
현의 노래 독후감 (0) | 2021.11.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