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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리뷰

by Mr. Goodman 2022.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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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Trouble with the curve) / 로버트 로렌즈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에이미 아담스, 저스틴 팀브레이크 출연

 

- 목차 -

1. 영화 줄거리

2. 클린트 이스트우드

3. 가족 그중 아빠와 딸

4. 야구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을 맡아 야구를 소재로 아빠와 딸의 화해를 그린 가족 영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1. 영화 줄거리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포스터

 

거스 로벨(클린트 이스트우드)은 아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스카우터이다. 훌륭한 선수들을 발굴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현대 야구의 분석기법에 익숙하지 못해 은퇴를 권유받는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일에 매달린다.

건강에 대한 우려를 들은 딸 미키 로벨(에이미 아담스)은 로펌의 업무로 바쁜 와중에 휴가를 내어 아빠를 찾는다. 무뚝뚝한 아빠는 쌀쌀맞게 대하지만 어릴 때부터 야구에 대한 눈을 기른 변호사 딸은 아빠의 일을 돕는다.

마초 냄새가 그득한 아빠와 갈등을 겪지만 결국에는 일찍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친척 집에 자기를 맡기고 떠나버렸던 아빠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변호사로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스카우터로서도 성공적으로 아빠를 돕는다.

 

2.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선을 끄는 화려한 화면은 없다. 또 어려움이 파국까지 이를 정도로 갈등을 유발하지 않아 감정적 흥분을 끌어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흘러가는 영화가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아마 배우의 힘이 아닐까 싶다.

 

어릴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다. 어린아이에게도 그의 강한 마초적 감성이 전달되어 그 이미지가 뇌에 단단히 뿌리내렸다. 그러다 90년대 초에 자전적 영화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한 용서받지 못할 자로 멋있어 보이던 배우에서 대단한 배우, 감독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클린트 이스트우드만의 짙은 냄새가 배어 있다. 젊은 시절부터 이어진 그의 삶이 새로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어진다. 큰 키와 잔뜩 찡그린 표정, 이로 인한 자글자글한 얼굴 주름, 또 입에서 떼지 않던 담배로 상한 탁한 목소리 등이 섞여서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전혀 따로 놀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도 무뚝뚝한 고집불통의 늙은이가 그가 맡은 역할이다. 늙은이로서 뭔가 퇴물이라 불려야 마땅한데 그는 다른 사람들을 애송이로 만든다. 그것이 어색하지 않다.

1930년생, 용서받지 못할 자를 만들 때가 62, 2012년에 이 영화를 찍었으니 그의 나이 82세일 때다. 돌아가신 송해 선생과 더불어 아름다운 삶의 귀감이다.

 

3. 가족, 그중 아빠와 딸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타인이므로 사람 사는 세상에서 오해는 필연적이다. 가족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오해하더라도 받아들이는 범위가 넓을 뿐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쌓인 오해는 겉으로는 평온하게 보일지라도 속으로는 균열과 불안을 낳는다. 이 영화에서 원인 제공자는 아빠다. 일찍 아내가 죽자 아빠는 어린 딸을 친척에게 맡긴다. 그리고 찾지 않는다. 대개 초등학교 나이대의 아이들은 부모와의 관계가 잘못될 때 자기가 나빠서 그렇다고 자기를 탓하며 죄책감에 빠진다. 그래서 아이는 아빠에게 잘하기 위해 유능한 변호사가 되고, 일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아빠의 건강을 위해 휴가를 낸다. 하지만 늙은 아빠는 딸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할 뿐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처럼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갈등은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를 친척에게 맡긴 것이 부족한 아빠로서 최선의 선택이었음이 드러나고 그 선택밖에 할 수 없었던 부족한 아빠의 부끄러움을 무뚝뚝한 강인함으로 방어해야 했음이 드러난다.

맞다. 나이가 어떻게 되었건 사람은 불완전하고 약하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줄 역량이 부족함을 느낄 때 부끄러워하고 슬퍼하고 그것을 숨긴다.

영화에서는 오랜 시간 드러내지 못했던 딸과 아빠의 오해가 해소된다. 특별할 것 없고 평범한 전개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음에 위로가 와닿는다.

 

4. 야구

버림받았다 여기며 슬픔과 서운함을 느끼는 변호사 딸과 지켜주지 못했던 미안함으로 주변에서 바라보며 말없이 자랑스러워했던 아빠는 공유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야구다.

그리고 여기서 야구는 영화 머니볼의 세이버 매트릭스와는 달리 구시대적인 몸으로 느끼는 경험의 공유물로서 등장하고 의미를 가지고 사람을 잇는다야구가 차가운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누구나 갖고 있는 공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이다. 야구가 아니어도 괜찮으나 올드한 게임인 야구는 오래된 관계를 회복시키기에 좋다.

 

야구, 아빠와 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있어 잠시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원제목은 ‘Trouble with the curve’인데 번역한 제목은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 아쉽지만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라는 문구도 그 문구 자체로 발랄하다.

 

좋은 시간을 갖게 해 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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