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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가족 한방 주치의

독서노트31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독후감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 김연수 / 문학동네 영화나 드라마의 기초는 각본이다. 이야기다. 말이 아니라 영상으로 전달하는 도구가 달라졌을 뿐 전달하는 것은 이야기이다. 영화는 영상을 통하여 이야기를 전달한다. 인간의 뇌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데 가장 많은 영역을 할애한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의 현실감을 더 크게 느낀다. 영상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한 장의 사진도 많은 울림을 준다. 정지된 화면이기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이야기의 전개를 알 수 없으나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구성한다. 우리가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게 시선을 잡는 사진이 잘 찍은 사진이고 포토그래퍼의 역량이 여기서 드러난다. 이야기를 더 많이 더 깊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 책을 읽는 것이다. 영상보다 짧은 시간.. 2021. 3. 14.
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독후감 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 바다루 왜 고양이는 고양이일까? 이 녀석들이 오소리나 너구리가 아닌 왜 고양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고양이의 어원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책은 우리 주위의 고양이에 관한 역사다. 여기도 고양이, 저기도 고양이, 거기도 고양이 인터넷에는 고양이가 넘쳐난다. 구글이 자체 학습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튜브 영상 분석 작업을 했다. 그랬더니 컴퓨터들이 하라는 작업은 안 하고 열심히 고양이 영상을 보고 있었다. 얼마나 열심히 데이터를 분석했으면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는 수준인 74%에 이를 만큼 고양이 얼굴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인터넷이나 SNS에는 고양이 영상이나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사람들은 고양이에 열광한다. 한편 아직도 고양이에 대해 부정적인 .. 2021. 3. 7.
고양이 요람 독후감 고양이 요람 / 커트 보니것 / 김송현정 / 문학동네 책의 원제인 Cat’s Cradle은 단어 그대로 번역하면 고양이 요람이지만 실뜨기를 의미한다. 실뜨기(threading)라는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요람이라는 다른 말이 생겼다. 손에 걸쳐져 있는 실의 모양과 실뜨기할 때 손의 움직임이 요람처럼 보여서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대상을 가리키는 밋밋한 지시어에 은유가 더해져 휠씬 풍성한 연상을 일으키는 말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 고양이 요람이 실뜨기라는 말로 굳어지면서 더는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하고 실뜨기의 동의어로서 축소된다. 일상어가 되어버린 고양이 요람에서 고양이 요람이 보인다면 그것은 상상력이 아니라 단어 조합의 학습으로 인한 결과에 불과하다. 단어의 결합이라는 좁은 곳에만 초점을 맞춘.. 2021. 2. 26.
13계단 독후감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 전새롬 / 황금가지 이 소설의 제목에 쓰인 숫자 13은 사형이 집행되기까지 결재 과정의 단계를 의미한다. 또한 교수대까지 이르는 계단의 숫자를 나타내기도 한다. 기독교에서 통용되는 불길한 숫자로서 13도 연상된다.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없으나 책을 다 읽은 후에 작가가 독자에게 사형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단 것을 알게 된다. 제목의 상징성이 크다. 잘 지은 소설일뿐더러 제목마저도 뛰어나다. 모든 생명체는 살아가기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인류는 집단을 유지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고 사회를 만들어 생존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했다. 개체는 집단의 구성원으로 남아있기 위해 단독 생활을 할 때 누렸던 자유를 어느 정도 포.. 2021. 2. 14.
움베르토 에코의 바우돌리노 독후감 바우돌리노 / 움베로토 에코 / 이현영 / 열린책들 로마와 그리스는 대략 2,000년 안팎의 옛날 나라들인데도 꽤 낯익다. 그런데 이들보다 훨씬 가까운 1,000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떠올리면 막막하다. 중세는 그만큼 멀다. 서양의 중세에 대해 해박하다고 정평이 난 에코가 3차, 4차 십자군 전쟁이 있었던 12세기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 바우돌리노다. 이 소설의 구조는 영화 포리스트 검프와 동일하다. 가상의 인물인 포리스트 검프가 역사적인 여러 사건들에 연관되어 있듯이 바우돌리노가 12세기 유럽사에 보이지 않는 굵직한 역할을 한다. 포리스트 검프는 영화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창조된 인물이다. 관객은 순수한 사람인 포리스트 검프의 이야기가 허구임을 알면서도 수시로 전개되는 역사적 사건과의 연관성을 기꺼이.. 2021. 2. 7.
64 독후감 64 / 요코야마 히데오 / 최고은 책 제목 64는 육십사가 아니고 육사다. 1989년이 일본 연호로 쇼와 64년이자 동시에 헤이세이 1년이다. 왕의 교체와 맞물려 변화에 대한 어수선함이 일본을 지배하던 시대였다. 이 해 어린아이의 유괴사건이 발생하나 미결 사건으로 남아 64로 불린다. 64는 구시대와 신시대의 경계에서 아직 청산되지 못한 과거의 상처를 상징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추리소설로 소개되어 있으나 추리소설이라 하기엔 애매하다. 오히려 조직사회에서 권력을 향한 정치적 암투를 그린 소설이라 하겠다. 소설에서는 일본 경찰 조직 내부의 권력투쟁을 다룬다. 그 축의 하나는 형사부와 경무부와의 갈등이고 또 다른 축은 독자에게 익숙한 경시청 즉 국가경찰과 지방경찰 간의 알력이다. 여기에 대립 구도가 하나.. 2021. 1. 17.
고백 독후감 고백 / 미나토 가나에 / 김선영 제목처럼 이 책은 1인칭의 시점에서 자기의 생각을 고백한다. 그러나 고백하는 사람이 다섯 명이다. 어떤 사건에 대하여 거기에 연관된 다섯 사람의 시각이 교차하는 것이다. 독자는 다섯 명의 ‘내’가 되어 나의 입을 통해 보고 느낀 것을 듣게 되어 사건이 입체적으로 보인다. 오래전 영화 ‘라쇼몽’이나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솔로몬의 위증’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제시했다. 관점이 흔들릴 수 있으나 잘 구성된 작품은 훨씬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총 6개 장으로 나뉜다. 시작은 종업식날 딸을 잃은 엄마이자 선생님이 딸을 죽인 자기 반 학생들을 상대로 한 고백이다. 반 아이들 중에 살인자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아이가 고통을 받을 복수를 시행했음을 알린다. 살인범이 .. 2021. 1. 5.
침팬지와의 대화 독후감 침팬지와의 대화 / 로저 파우츠, 스티븐 투켈 밀스 / 허진 침팬지는 보자마자 인간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비록 침팬지는 동물일 뿐이어서 사람과 구별되는 존재이지만 인간과 닮았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최근 진화생물학은 인간과 침팬지가 600만 년 전 서로 떨어져 나왔다고 한다. DNA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종의 친근관계를 파악해보면 인도 코끼리와 아프리카 코끼리의 거리보다 인간과 침팬지의 거리가 더 짧다. 책의 원제목[Next of Kin]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종인 것이다. 이 책은 수화를 통하여 침팬지의 언어 능력을 파악하는 심리학 연구에 평생을 바친 로저 파우츠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자서전이라 하지만 개인적인 회고에 그치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여겼던.. 2020. 12. 28.
세상의 생일 독후감 세상의 생일 / 어슐러 K. 르 귄 / 최용준 SF소설가로서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첫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이 르 귄이다.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창조된 세계는 머릿속에 이미지로 만들어지면서 읽는 즐거움을 한껏 끌어올린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성찰하게 한다는 것이다.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는 것은 그의 사색적인 문체의 힘이다. 탁월한 문체, 문제의식이 드러난 주제, 풍부한 상상력으로 채워진 구성 등 그의 작품은 탁월하다. 르 귄의 작품은 고요히 머무르고 싶을 때 읽으면 좋다. 많은 SF소설이 그렇듯이 르 귄의 소설도 지구가 아닌 낯선 행성, 우리와 다른 세계가 배경이다. 작가가 이름 붙이지 않았지만 헤인 우주라 일컫는다. 은하를 넘어서는 거대한 헤인 우주 속 지구와는 전혀 다른.. 2020.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