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와의 대화 / 로저 파우츠, 스티븐 투켈 밀스 / 허진
침팬지는 보자마자 인간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비록 침팬지는 동물일 뿐이어서 사람과 구별되는 존재이지만 인간과 닮았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최근 진화생물학은 인간과 침팬지가 600만 년 전 서로 떨어져 나왔다고 한다.
DNA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종의 친근관계를 파악해보면 인도 코끼리와 아프리카 코끼리의 거리보다 인간과 침팬지의 거리가 더 짧다.
책의 원제목[Next of Kin]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종인 것이다.
이 책은 수화를 통하여 침팬지의 언어 능력을 파악하는 심리학 연구에 평생을 바친 로저 파우츠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자서전이라 하지만 개인적인 회고에 그치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여겼던 언어를 침팬지가 능란하게 구사한다는 혁명적인 사실을 밝혀내는 연구 과정들이 자세하게 소개된다.
실험대상이었던 워쇼를 통해 침팬지가 개별 단어의 학습은 물론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드는 언어적 확장성을 갖고 있음을 밝힌다. 또한 연결된 단어의 순서를 바꿈으로써 문장의 의미를 구분할 수 있는 유연성까지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더군다나 침팬지의 언어 습득은 행태주의나 관찰에 의한 조건반사적 학습이 아닌 인간이 배우는 것과 동일한 과정이다.
결국 수화를 통하여 인간과 침팬지는 서로의 의사를 충실히 전달할 수 있고 또 이런 의사소통은 학습을 통해 대를 이어 이어질 수 있다.
침팬지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학습을 통해 언어를 획득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생물학이 던진 침팬지의 언어행동은 주류 언어학에 심한 충격파를 던진다. 예상할 수 있듯이 언어학계는 이런 연구결과에 거부를 보이고 폄하하며 침팬지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더하여 언어를 재정의하고자 하는 노력도 보인다. 언어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침팬지는 누가 보더라도 말을 한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특성이 ‘말’이다. 침팬지 수화 연구로 그것이 깨져버렸다. 침팬지가 언어로 소통한다는 사실은 더 큰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리고 침팬지와 인간의 교차양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더이상 인간의 집에 거주할 수 없는 침팬지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잘못이 있음을 알게 된다. '몸은 침팬지이지만 인간으로 길러진 동물을, 자기를 인간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존재를 실험용 물건처럼 처리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인간을 대하듯이 동물을 대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결국 저자는 학문의 세계에서 사회운동의 세계로 발을 디딘다. 그리고 자기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원숭이 연구 환경 자체를 없애버리려 노력한다. 표현만 다를 뿐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고 소통하는 생명체를 단 하나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실험대상으로 삼는 것을 금지시킨다. 소비재는 사람에게 안전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사람에게 직접할 수 없으니 사람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가 대상이 된다. 하지만 침팬지에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니 쉽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험난한 길을 걸었고 그래도 결실을 맺는다.
영화 ‘혹성탈출’을 보면 영장류가 갇혀있는 열악한 실험실 상황이 나온다. 영화적 설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마 현실은 더 비참했을 것이다. 그런 환경을 개선하여 더이상 침팬지를 실험대상으로 쓰지 못하게 제도화했다.
생명에 대한 존중, 나의 생존 뒤에 다른 생명의 희생이 있었음에 대한 자각과 감사를 느끼는 것, 그 생명에 대한 값을 해야 한다는 삶에 대한 의무감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된다.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영상을 첨부한다. 죽음을 앞둔 침팬지와 40년지기 인간의 재회 장면이다.
로저 파우츠의 운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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