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 미나토 가나에 / 김선영
제목처럼 이 책은 1인칭의 시점에서 자기의 생각을 고백한다. 그러나 고백하는 사람이 다섯 명이다. 어떤 사건에 대하여 거기에 연관된 다섯 사람의 시각이 교차하는 것이다. 독자는 다섯 명의 ‘내’가 되어 나의 입을 통해 보고 느낀 것을 듣게 되어 사건이 입체적으로 보인다.
오래전 영화 ‘라쇼몽’이나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솔로몬의 위증’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제시했다. 관점이 흔들릴 수 있으나 잘 구성된 작품은 훨씬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총 6개 장으로 나뉜다.
시작은 종업식날 딸을 잃은 엄마이자 선생님이 딸을 죽인 자기 반 학생들을 상대로 한 고백이다. 반 아이들 중에 살인자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아이가 고통을 받을 복수를 시행했음을 알린다. 살인범이 마실 우유에다 AIDS 환자의 피를 탔기 때문이다.
범인이 드러나지 않지만 1장만으로 완성된 단편소설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로 작가는 신인상을 수상한다.
이어지는 편은 그 사건에 직접, 간접으로 관련된 사람의 독백으로서 딸의 살해사건 자체와 그 후에 전개되는 사건들에 관하여 다룬다.
유아 살해는 상상하는 것조차 꺼려지는 일이다. 유아 살해라는 사건을 접하기에 범인이 반드시 밝혀지고 처벌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1장에서 범인이 드러나고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 입장에서 고통을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AIDS 환자의 피를 마신다고 해서 AIDS 걸리는 것이 아니나 무지로 인한 AIDS의 공포를 생각하면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종업식이 끝난 후 선생님은 퇴장하고 주범의 관찰자, 종범의 어머니, 종범, 주범의 고백이 이어진다.
살해의 동기, 살해 과정이 주범의 입에서 덤덤하게 흐른다.
왜 범행에 가담하게 되었는지 종범의 고백이 흐르는데 어처구니없게, 부조리하다싶이 흘러가버린 어린 중학생의 모습이 그려진다.
또 다른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종범의 어머니가 종범의 행동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일기의 형식으로 전개되며,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학생의 편지를 통해 종업식 이후의 날들이 이어지며 범인을 향한 내부 집단의 태도와 행동이 드러난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명확한데, 얼마만큼의 벌을 줄 것인가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다. 더하여 왜 형벌을 가해야 하는가 하는 목적까지 고려하면 죄와 벌의 논의는 단순하지 않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어떠한 처벌을 받지 못한다면 오히려 제도가 당당히 불의를 용납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촉법소년이 이런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또한 교내 왕따, 약자에 대한 혐오, 가정의 역할, 사적 복수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짧은 글 안에 녹여낸다.
문제라고 생각할 만하지만 문제로 언급되지 않고 넘어가는 것들을 수면 위로 올려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얘기를 나눠보자고 작자가 독자에게 들이민다.
꽤 도발적이다.
그리고 사소하지만 언급되는 소재들이 의미를 띠는 것은 추리소설의 소소한 재미다. 첫 장에서 집요하게 언급되는 소품인 우유 역시 끝에 가면 자기의 역할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가 꽤 구성에 신경을 썼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무척 깊은 인상을 받았나 보다. 대부분 좋은 평을 한다. 꽤 좋은 평을 받을 책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으며 몰입하지도 못했고 생각할 여지를 얻지도 못했다. 스스로 책을 다 읽은 후 의아하다.
아무래도 사건의 개연성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고백의 주인공들은 어쩌다 살인에 종범으로 가담하게 된 중학생을 제외하고는 현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자기의 계획에 따라 모든 일들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리얼리티에 기반한 이야기로서 큰 감점이다.
아마 이런 이유로 몰입하지 못하고 소설을 읽으면서 겉도는 느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영웅의 이야기라고 규정하면 미리 속을 준비를 하면서 얼마나 멋지게 속이는지를 구경하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사실에 기초한 이야기라면 사실이 왜곡될 때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거부감을 갖게 된다.
소설 ‘고백’의 한계이지 않은가 싶다.
더하여 독백의 형식을 띠고 있기에 너무 친절하다. 가지를 쳐버리고 간략하게 갔으면 전개의 힘이 더 컸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책이지만 “읽어보세요”라 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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