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가장 큰 특징은 기억에 있습니다.
기억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합니다. 기억이 없어진다면 인간은 더 이상 자기를 인식할 수 없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도 기억을 상실한 사람을 동일한 사람으로 대할 수 없습니다.
기억할 때 우리 뇌는 어떻게 변하는가
1. 뇌가 만드는 현상, 기억
기억이란 한 개인 삶의 총체입니다.
1시간 동안 각자에게 다른 과제를 줍니다. 어떤 아이에게는 동그라미를 정확하게 그리게 연습시키고, 어떤 아이는 수평선을 정확하게 그리기, 어떤 아이는 영어 필기체 잘 쓰기, 또 어떤 아이는 기타의 코드 잡기를 했다고 하지요.
이 아이들은 모두 손을 쓰지만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손이라는 몸은 동일하지만 기능은 다른 것이지요.
기억도 이와 비슷합니다.
기억은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는 경험이 모두가 다 다르기에 뇌에 새겨지는 기억이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로써 인간은 개인의 정체성을 가집니다.
2. 기억이 형성된 후 뇌 외형의 변화
기억이라는 현상은 너무도 신비로운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이지만 그것이 발생하는 뇌를 관찰함으로써 기억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억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어떤 기억이 만들어질 때를 장기강화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Long Term Potentiation을 줄여서 LTP라 합니다.
LTP의 모습은 정보를 받는 신경세포의 수용체 가지(dendrite)가 커지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솜뭉치가 손에 떨어질 때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만 주사 바늘이 몸 가까이 휙 다가오면 피합니다. 뾰족한 주사 바늘과 관련된 경험이 재빨리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기억이지요.
주사 바늘과 아프다는 내용의 정보가 뇌에서 재빨리 전달이 됩니다.
즉 기억이라 함은 내용이 무엇이건 정보가 신경세포들 간에 빨리 전달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 정보가 전달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모르는 것입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사람끼리 정보를 전달할 때는 감각기관이 인식할 수 있는 것들로 합니다. 좋은 인상을 주려고 할 때 향수를 슬쩍 뿌립니다. 후각정보입니다.
뇌는 더 단순합니다. 뇌세포 곧 뉴런은 전기로 정보를 전합니다.
그런데 각 신경세포는 떨어져 있다 보니 신경세포에서 생성된 전기신호가 옆 세포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이때 화학물질이 두 세포의 메신저 역할을 합니다.
3. 뇌에서 기억이 만들어지는 기전
메신저는 두 가지입니다. 글루타민산과 GABA입니다.
신경세포 차원에서의 정보는 단순하게 플러스, 마이너스일 뿐입니다. 디지털 월드와 비슷합니다.
시냅스 전 세포(presynaptic neuron)에서 전기 신호가 발생하여 축삭을 타고 말단에 이릅니다. 축삭 끝에 전기 신호가 도달하면 신경세포 끝에 있던 조그마한 바구니가 자극을 받아 터지고 그 바구니 안에 있던 신경전달 물질이 쏟아져 나옵니다.
쏟아져 나온 신경전달 물질이 시냅스 후 세포에 도달하여 시냅스 후 세포는 그 자극에 의해 전기를 발생합니다.
글루타민산의 수용체로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글루타민산과 NMDA(N 메틸 D 아스파라긴산)이 결합하는 NMDA형 글루타민산 수용체가 시냅스 후 세포에 발현되어 있습니다.
평소에는 이 수용체에 마그네슘 이온이 결합하여 수용체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잠겨 있습니다만 글루타민산이 시냅스 공간에 많아지면 마그네슘 이온이 떨어져 나가고 대신 칼슘 이온이 세포 안으로 유입됩니다.
그러면 세포 안에서 칼슘에 의존하는 여러 효소가 활성화되어 다양한 단백질을 인산화하는데 AMPA형 글루타민산 수용체도 인산화됩니다.
시냅스로 방출된 글루타민의 영향으로 세포 안에 있던 AMPA형 글루타민산 수용체가 세포막으로 이동하여 세포막에 삽입됩니다.
세포막에 글루타민 수용체가 늘어나 시냅스 후 세포의 모양이 바뀐 것입니다.
세포막에 수용체가 늘어났으므로 시냅스 후 세포는 글루타민산에 대한 감수성이 향상되고 시냅스 간의 정보 전달 효율이 높아져서 장기강화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AMPA형 글루타민산 수용체를 인산화하는 칼슘 의존 단백질 인산화 효소(CAMKⅡ효소)가 없는 쥐를 학습시키면 아무리 공부를 시켜도 쥐는 배운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즉 기억에는 CAMKⅡ효소가 필수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 NMDA 수용체가 파괴된 쥐는 역시 LTP이 발생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발견되었습니다.
4. 기억과 관련해 개인이 할 일
지금까지 뇌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 학습, 기억은 뇌신경세포의 시냅스가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인산화 효소나 수용체를 형성하는 유전자에 의해 달라진다 하겠습니다.
즉 머리는 타고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이 환경의 중요성이 큽니다.
역시 쥐로 실험을 했는데 똑같이 NMDA 수용체가 유전적으로 파괴된 쥐를 한 마리는 작은 우리에 덩그러니 놓아두었고, 또 한 마리는 다양한 장난감이 많은 자극이 풍부한 우리에 넣어서 길렀습니다.
2개월 후 기억력을 확인한 결과 쾌적한 환경에서 자란 쥐의 기억력이 좋다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성장환경에 따라 기억력은 좋아질 수 있습니다. 운동이나 장난감 등 좋은 자극이 많은 경우 LTP는 촉진됩니다.
어릴 때에는 NMDA 수용체가 성인과는 다른데 수용체의 반응이 훨씬 큽니다. 성인기보다 유년기에 학습의 효과가 훨씬 큰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장수의 원칙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사회활동입니다. 이것은 끊임없는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말입니다.
인간이란 호기심의 동물입니다. 호기심이 멈추는 순간 인간의 뇌도 퇴행합니다. 뇌의 퇴행은 기억의 사라짐을 동반합니다. 나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하여 기억의 유지와 뇌의 건강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호기심의 대상이 무엇이건 좋습니다. 몸으로 하건 아니면 머리를 쓰건 항상 무언가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학의 2대 교주인 최시형은 수시로 짚신을 직접 꼬았고 짚신이 완성되면 풀어버렸다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 묻자 "하느님은 잠시도 쉬지 않으신다" 했답니다. 사람이 하늘임을 생각해보면 사람이 잠시도 쉬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로 이해됩니다. 이 일화는 뇌로 좁혀 보아도 옳은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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