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관하여 광고가 많습니다.
누구나 아는 연예인의 다이어트 전후 비교 사진이나 늘씬하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의 사진을 내세워 어렵지 않게 효과적으로 체중을 줄일 수 있으니 오라고 유혹합니다.
다이어트가 그렇게 쉽게 될까요?
다이어트를 어렵게 만드는 뇌 심리
비만 치료를 적지 않게 했습니다만 다이어트가 쉽지 않고 어려우니 정말 노력하셔야 한다고 항상 말씀드립니다. 거의 잔소리 수준으로 말씀드립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뇌에 심어진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때문입니다.
1. 자아고갈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음식량을 줄이고 운동을 합니다.
처음에는 강한 의지력으로 버팁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약해집니다.
‘자아고갈(ego depletion)’이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음식량을 줄였더니 배가 고픈 것은 당연합니다. 눈앞에 있는 초코 케익에 손이 갑니다만 참아야 합니다. 아침도 제대로 못 먹었으니 점심 식사 시간에 맛있는 것 먹고 싶으나 다이어트 중이라 스스로 억제합니다.
하루 업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 후 느긋하게 맥주 한 캔으로 피로를 풀고 싶습니다만 이것마저도 포기합니다.
욕망을 이겨내는 데는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유혹을 피하려고 내리는 결정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됩니다. 이런 심리적 피로가 쌓이면서 의지력은 점점 더 소모뵌다. 하루 종일 수많은 유혹을 참다 보면 저항의 힘이 점점 약해져 결국 항복하고 맙니다.
다이어트가 실패합니다.
유혹에 맞서 자제하기 위한 노력을 반복한 뒤 힘이 모두 소진되고 나면 쉽게 무너지고 맙니다. 이런 이유로 저녁에 자제력을 잃기 쉽습니다. 하루 종일 이성적으로 통제하고 억제하느라 뇌가 지친 나머지 쉽게 굴복해버리는 것입니다.
2. 심리적 완충범위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예수님의 말씀인데 크리스트교를 믿건 안 믿건 이 말은 대부분 압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합니다.
누구나 완벽하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살 수 없습니다. 상황에 맞춰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갑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이 ‘적당히’가 문제를 일으킵니다.
음식을 얼마만큼만 먹겠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나름 계산을 해서 정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적당히’가 끼어듭니다.
‘설탕을 타지 않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괜찮아.’, ‘맥주 딱 한 잔인데 뭐.’ ‘오늘 너무 일을 많이 했는데 아무것도 안 먹으면 큰일 나겠어.’
이런 식으로 이 정도는 괜찮다는 스스로 수긍하는 폭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폭이 다이어트를 방해합니다.
다이어트란 우리 몸 안에 들어오는 열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인데 은근슬쩍 열량을 더 많이 섭취합니다. 아주 사소한 행위이지만 체중 감소에는 좋지 않습니다.
3. 합리화
뇌의 구조 중에 뇌량이 있습니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거대한 통신망입니다. 가끔 간질이 심한 사람의 경우 뇌량을 절단하는 수술을 합니다. 뇌량이 단절되어 좌우 반구의 정보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환자를 통해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웃다’가 쓰인 카드를 우뇌만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카드를 본 사람은 웃습니다. 왜 웃었냐고 물어보면 뭔가 그럴듯한 말을 합니다.
보통 사람은 ‘웃다’라는 카드를 보고 웃었다고 말을 하겠지만 좌뇌는 카드에 관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했는데 웃기는 웃었습니다. 이 사람은 말을 지어냅니다. “내게 한 질문이 우습네요.”, “질문자님의 목소리가 우스워요.” 등 아무튼 웃은 이유를 만들어냅니다. 합리화입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뇌의 합리화가 위력을 발휘합니다.
다이어트는 어렵고 힘듭니다. 먹고 싶은 욕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거세지기만 합니다. 그리고 은근슬쩍 뭔가를 먹습니다.
잘못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잘못한 것이 아니다, 이래도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그러냐 하면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내가 이 것 먹는다고 다이어트에 방해를 하는 것이 아니야.’라는 아주 근사한 변명이 생깁니다. 오늘 먹고 쓴 열량을 비교할 수도 있고, 고민을 토로하는 친구와 술자리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대기도 합니다.
스스로 죄책감에서 해방됩니다.
핑계는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핑계거리를 만들지 못할 경우 스스로 죄책감에 빠지고 자존심에 상처가 납니다.
고작 다이어트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핑계를 필사적으로 찾아 자기를 설득합니다. 인간의 창의력이 여기서 힘을 발휘합니다.
창의성이 있다는 것은 색다른 발상을 많이 한다는 말이고 다이어트를 어기는 이유를 찾는데도 이 창의력은 위력을 발휘합니다.
머리가 좋을수록 다이어트는 어렵습니다.
다이어트는 또 실패하고 맙니다.
4. 심리적 관성-이왕 버린 몸
번듯한 차와 타이어가 펑크난 차가 담벼락 옆에 주차되어 있을 경우 어느 쪽의 차가 손상을 입을까요? 당연히 손상된 차입니다.
깨진 유리창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그 건물 주위는 쉽게 우범지대로 전락한다는 이론이 깨진 유리창 이론입니다.
이미 손상된 차가 방치되어 있으면 그 차는 금방 이것저것 도난을 당해 얼마 안 있어 망가져버립니다.
이 이론은 다이어트에도 적용됩니다.
다이어트를 잘 하고 있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아니면 자기가 이유를 만들어서 스스로 만든 다이어트 규칙을 어깁니다.
‘한 번쯤은 괜찮겠지.’ ‘이번은 어쩔 수 없잖아?’하고 넘어가지만 넘어간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곧 ‘저번에도 그랬는데 뭐.’라는 생각이 들면서 또 어기게 됩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별 생각 없이 음식을 먹습니다.
이렇게 다이어트는 실패하고 맙니다.
5. 사회적 공감
심리학 실험입니다.
음료 자판기에 돈을 넣었더니 음료는 물론 돈도 다시 나옵니다. 대부분은 한 두 차례 더 합니다. 그런데 네 번 이상은 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본 후 아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줍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도 똑같이 몇 차례 공짜 음료수를 얻습니다. 친한 사람의 말에 공감의 원리가 작동하여 생각 없이 그 행동을 함께 합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주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습니다. 직접적으로 음식을 주면서 유혹을 하기도 하고 이 정도는 괜찮다는 들은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또는 먹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간접적으로 다이어트를 방해합니다.
주위 환경이 다이어트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이럴 때 쉽게 굴복해버립니다. 의지력이 강한 사람도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자기의 의지를 굽힙니다.
그리고 합리화하고, 다이어트 규칙을 한 번 어기면 다음부터는 금방 무너져버립니다.
다이어트는 자아 고갈, 음식허용의 폭 인정, 사회적 공감, 규칙 파괴의 관성, 합리화라는 심리적 기제들이 서로 어울려 조그마한 틈만 생겨도 실패합니다.
그러니 다이어트를 할 때는 어느 때보다도 강한 절제력이 필요합니다.
다이어트는 쉽게 실패한다는 사실은 위안을 줍니다만 막상 다이어트를 하려는 입장에서 처음 먹었던 마음가짐보다 더 큰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다이어트는 힘듭니다. 달콤한 광고에 속지 마시고 스스로를 믿지 마시고 채찍질하면서 도움을 받으세요. 모든 것이 갖추어져야 한 달 후 바뀐 자기를 볼 수 있답니다.
<관련글>
'뇌와 한의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매의 진행과 관리의 중요성 (0) | 2021.09.24 |
---|---|
활기찬 아침을 맞는 두가지 방법 (0) | 2021.09.16 |
기억할 때 뇌의 변화, 장기강화(LTP) (0) | 2021.05.25 |
쉽게 살 찌는 이유와 살 안 찌는 방법 두 가지 (0) | 2021.05.20 |
건강한 수면을 위한 불면증 극복 방법 10가지 (0) | 2021.05.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