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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가족 한방 주치의
일상스케치

햄스터와 이별

by Mr. Goodman 202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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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살지 못하는 작은 동물 햄스터.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동물은 많은 사랑을 주고 또 많은 사랑을 받고 얼마 있지 않아 떠난다.

그리고 교감의 깊이만큼 긴 여운을 남긴다.

 

- 목차 -

1. 동물과의 추억

2. 로보로브스키 햄스터

3. 상냥한 햄스터, 펄

4. 이별의 슬픔은 크기와 무관하기에

 

햄스터와 이별


1. 동물과의 추억

사람을 제외한 다른 생물을 사람과 같다고 보지는 않는다. 개는 개고, 고양이는 고양이일 뿐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생명이란 점에서 그 녀석들의 생명을 귀하게 여긴다. 생명체로써는 평등한 이 동물이 자기 본성에 맞게 서로 간섭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동물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개였다.

어릴 때 집은 마당이 아주 넓었다. 당시 좀 살던 집에서는 셰퍼드를 기르는 것이 유행이었던 것 같다.우리 집도 셰퍼드를 길렀다. 사납게 짖어대던 동네 개들과 달랐다. 조그마한 아이가 그 커다란 개의 목을 두 팔을 벌려 안으면 그 큰 개는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돌아보면 그 녀석이 나를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도 그 개에 대해 너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어서 작은 개에게는 눈길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개를 방 안에 들이거나 하는 일은 못하고 있다. 마당이 없기에 이들을 기를 생각을 못한다

 

2. 로보로브스키 햄스터

항상 큰 개를 기르고 싶었지만 주거환경의 변화로 인해 더 이상 동물을 기를 수 없었다.

그러다 햄스터를 몇 차례 길렀다. 아이가 과외 활동하면서 받아온 녀석이 처음이었다. 로보로브스키 종이었고,그 녀석의 모토는 '나는 굴복하지 않는다'였다. 내게 밥을 의지하지만 그래도 밥만 의지할 뿐이었다.

로보로브스키 햄스터는 등이 갈색인 자그마한 햄스터이다. 흔히 보는 햄스터다.

이 햄스터는 작은 것이 참 예쁘다. 하지만 사납다. 

사람과 교감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아무리 예뻐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먼 동물이다.

 

3. 상냥한 햄스터, 펄

햄스터는 그런 특성을 가진 동물인 줄 알았는데, 아이가 다음에 갖고 온 펄 종은 달랐다. 펄이라는 이름처럼 등이 하얗다.

이 녀석들은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생긴 것은 햄스터 치고 아주 못생겼는데도 불구하고 다들 듬뿍 사랑을 받은 뒤 천수를 누리고 갔다. 방가방가 우리 친구 햄스터였다. 더군다나 이 녀석들은 영역 다툼도 하지 않고 온순하게 두 마리 모두 평화롭게 살았다.

 

4. 이별의 슬픔은 크기와 무관하기에

그 후 케이지가 오랜 기간 휑뎅그레 비어 있었다. 그러다 아이가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햄스터를 사자고 해서 이번에는 이마트에서 마치 물건을 사듯이 사 왔다. 그 녀석이 백설스화와 미서다.

햄스터가 사람과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녀석들이다. 개를 보는 듯했다. 이. 녀석들과는 아이보다 내가 더 놀아주지 않았는가 싶다.

백설스화는 여름이 되기 전 떠나고 미서도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이 두 녀석들도 천수를 누렸으리라 생각한다. 이 녀석들은 죽음을 앞두고 살이 쏙 빠져 노화가 눈에 띄었다.

백설스화는 탈장이 일어나고 얼마 후 죽었는데, 그 죽은 후의 모습마저 웃고 있는 듯해서 참 고마웠다. 예쁜 햄스터였다.

 

백설스화 보내기
백설스화 보내기

 

홀로 남은 미서와는 자주 놀았다. 나이 든 중년의 아저씨가 햄스터와 놀았던 것이다. 이 녀석도 힘든 여름을 넘기면서 기력이 많이 쇠했다. 눈도 거의 뜨지 못하고 케이지를 제대로 걸어 나오지도 못했다. 밖에 내어 놓으면 힘이 없어서인지 근육이 덜덜 떨리는 모습이 보였다.

 

살아 있는 동안 해 줄 것은 해 주어야지 싶어, 일일이 해바라기 씨 껍질을 까서 입에 넣어서 먹이곤 했다. 평소 진맥 때문에 손톱이 짧은 나를 대신해 알약을 쪼개는 데는 경지에 오른 아내가 이 녀석 밥을 자주 마련해 주었다.

 

그런 것 때문이었을까? 떠나기 전날 밤에는 쳇바퀴도 돌리는 등 제법 힘을 낸다. 문득 회광반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기에 볼 수 없으나 죽음에 임박해서 사람의 정신이 맑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의 몸과 주변을 깨끗이 정리를 하고 얼마 후에 죽음을 맞는다고 한다. 이를 일컫는 말이 회광반조(回光反照)이다.

그 녀석이 기특해서 케이지 밖으로 내어 놓았더니 내 다리 옆에 와서 웅크리고 가만히 있는다. 많이 쓰다듬어 주었다. 어쩌면 그동안 함께 있어 주던 존재에 대한 자기만의 인사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미물에게 인사를 받았으니 그래도 덕을 베풀었나 보다. 그리고 이 녀석도 가면서 예를 보인다.

털도 듬성듬성하고 살도 쏙 빠져 마치 솜뭉치를 들고 있는 것 같다. 참 연약한 생명이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이번 생에 적어도 한 가족에게는 많은 공덕을 쌓았으니 다음 생에 더 좋은 모습으로 태어나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느님께 바쁘시겠지만 정말 조그마한 생명을 하나 받아달라고 기도드렸다.

사진 찍는 내게 달려오던 미서
사진 찍는 내게 달려오던 미서

윤기가 반지르르한 미서
윤기가 반지르르한 미서
눈을 감고도 먹을 것을 포기하지 않던 녀석
눈을 감고도 먹을 것을 포기하지 않던 녀석

 

* 고양이 대니가 오기 전 같이 살았던 햄스터와의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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