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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가족 한방 주치의
일상스케치

고양이에게 감정이 있을까?

by Mr. Goodman 2022.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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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무심한 고양이도 인간처럼 감정을 가질까?

 

- 목차 -

1. 고양이의 눈병

2. 스트레스성 질환인 칠정상(七情傷)이 고양이에게도 생기는가

3. 느낌(feeling)과 감정(emotion)

4. 오해인 것을 알지만 같은 것을 느낀다는 믿음

 

고양이의 감정에 대한 생각


1. 고양이의 눈병

우리 집 고양이 대니는 경계심이 아주 강하고 겁이 많다.

오직 우리 가족 세 사람에게만 고양이의 느긋하고 자기 맘대로 모습을 보인다. 이 고양이에게 우리 집이라는 공간과 그 안을 채우는 세 사람은 믿을 수 있는 편안한 곳이다특히 아이에 대해서는 마치 새끼 고양이가 어미를 대하듯이 애정을 표시한다.

 

일요일 외출 후 집에 돌아오니 대니가 소파에서 몸을 말아 자고 있다.

곧 나를 따라와 어디 갔다 왔냐고 투덜대는데 한쪽 눈에 고름이 끼었다. 아침에 뽀뽀하고 얼굴을 문지르고 나갈 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환경인데 어디에서 감염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

 

고양이를 잡아 물티슈로 고름을 닦아주었다. 선호도 일등인 아이와는 까마득한 차이로 두 번째인 아저씨가 싫은 행동을 하니 용서가 안 되나 보다. 가까이 오지 않고 멀찍하게 떨어져 거리를 유지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 보니 양쪽 눈이 모두 이상하다.

안구는 괜찮으나 안와가 벌겋다. 그리고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이번엔 반대쪽 눈에 고름이 끼었다말 못 하는 동물이 아프면 안쓰럽다. 거기다 원인을 알기 어려워 곤란하다. 닦아주기보다는 지켜보기로 했다. 이 고양이의 성격상 그것이 스트레스를 덜 줄 것 같아서 그랬다. 

 

귀가한 아이에게 고양이의 상황에 대해 말해 주었다. 아이는 고양이 눈 주위를 닦고, 식염수를 눈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계속 아프면 병원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고양이는 아이가 와서 좋은지 수시로 꼬리를 파르르 떤다. 그리고 아이 옆에 붙어서 잠을 청한다.

 

2. 스트레스성 질환인 칠정상이 고양이에게도 생기는가

월요일 새벽에 출근하기 전 고양이를 관찰했다.

고양이는 마음에 드는 것은 루틴으로 정한다고 한다. 고양이 대니는 월요일 새벽에 항상 발라당을 하면서 뒹굴뒹굴한다. 잠시 아저씨의 뽀뽀 세례를 받은 후 아이가 자고 있는 침대로 가서 침대 모서리에 앞발을 올려 기지개를 켠 후 침대로 올라간다. 그리고 아이를 밟으며 적당하게 앉을자리를 찾는다. 이때 발은 꾹꾹이를 한다.

고양이가 자리를 찾는 동안 아저씨는 고양이를 계속 어루만진다. 그리고 수시로 뽀뽀를 한다.

 

고양이는 이것이 아주 좋은가 보다. 골골송이 끝나지 않는다.

샤워할 때 기분이 좋아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고양이 대니에게는 이 순간이 비슷한 기분이 아닐까 추측한다.

눈을 보니 언제 아팠냐는 듯이 깔끔하다. 약간의 배신감도 느껴진다.

왜 아팠을까?

 

병명을 정했는데 ‘누나볼래병’이다.

아이가 2주 연속 주말에 지방으로 갔다. 평소 아이 옆에서 자는 고양이는 할 수 없이 아저씨를 지켜보며 잠을 청했다. 속으로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아이가 없는 시간이 늘어나자 이 고양이가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는가 보다.

스트레스는 면역력에 이상을 일으킨다. 그리고 염증이 나타났나 보다.

그런데 이 논리를 적용하기에 병의 전개가 너무 빠르다. 그리고 고양이가 불안을 느꼈을까? 아니면 상실감을 느꼈을까?

 

동물을 의인화하지 않는다그렇다고 하여 동물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인간과 다른 동물은 종이 다른 생명이고 환경에 적응한 결과가 다를 뿐이라 여긴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신의 선택을 받은 고귀한 존재로서 다른 동물과 차별화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종이 다르기에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사고를 동물이 똑같이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오늘 고양이 대니의 병은 한의학적으로 칠정상(七情傷)이 분명하다.

고양이가 상실의 슬픔을 크게 느꼈다 해석할 수밖에 없다.

 

3. 느낌(feeling)과 감정(emotion)

느낌(feeling)이란 주관적인 경험이다.

정서적 변화가 있는데 그 정서적 변화를 내가 자각했을 때 비로소 느낌(feeling)이 나타난다. 어떤 정서적 변화는 오직 그것을 느낀 사람만이 알 수 있기 때문에 느낌은 지극히 개인적 경험이고 공유할 수 없다.

언어나 표정을 이용해 느낌을 공유하려 하지만 한 개인의 느낌을 온전하게 공유할 수 없다. 개개인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감정(emotion)은 어떤 행동을 일으키게 만드는 정서적 동기이다. 행동으로(motion) 외부화한(ex) 내적인 원인이다. 행동을 통해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모든 동물은 몸의 구조에 따라 드러나는 행동의 모습은 다를지라도 행동을 일으킨 목적을 공유한다. 행동의 관찰을 통해 그 행동의 원인을 유추할 수 있고, 그로서 동물이 갖고 있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동물은 감정을 갖는다.

다만 그 감정이 인간이 이해하는 느낌과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행동을 일으키는 근원으로서 감정은 인간과 동일하게 갖고 있다. 행동의 맥락을 관찰하면 인간과 동물의 감정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우리 집 고양이 대니는 비록 표현이 인간의 표현과 다르지만 우리 가족을 가족이라 여기고 없으니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그것이 몸에 병을 일으킬 정도였다.

있는 그대로 절대적으로 사랑과 신뢰를 보여주는 존재가 옆에 있다는 것을 우연하게 확인했다. 놀라운 경험이다.

 

4. 오해인 것을 알지만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믿음

대니가 중문 앞에서 사람을 기다린다.

장모님께서 아프셔서 가까이 사는 아내가 갔다. 평소 대니가 중문 앞에서 앉아 현관을 바라보는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아내의 부재와 대니의 현관 응시가 동시에 발생한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의 상관성을 대니가 아내를 기다린다고 해석한다. 인간처럼 걱정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하게 자기의 공간에 구멍이 생겨서 그런지는 결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람을 기다리는 고양이로 보이고 그렇게 해석하는 인간은 고양이의 감정에 대해 더 확신을 갖게 된다.

 

분명히 가족을 기다리는 것이다
분명히 가족을 기다리는 것이다
왜 안 오냐 묻는 것 같다
왜 안 오냐 묻는 것 같다

 

고양이는 매 순간 새로우니 이런 존재를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창조주가 고양이를 만든 후 당신의 실력이 이 정도라며 기뻐하셨을 것 같다.

 

<고양이 대니에 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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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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