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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가족 한방 주치의
일상스케치

마산, 도시의 일생을 걸으며 느끼기

by Mr. Goodman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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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이라는 꽤 큰 도시가 있었다. 지금은 옆에 있는 창원, 진해와 통합하여 도청 소재지였던 창원시의 일부분이 되었다.

마산은 아름다운 도시였고 지금은 과거가 되어 기억 속에 더 아름다워진 흔적을 어렵지만 찾아볼 수 있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 대한 오래전 기억에 기초한 도시 소개입니다.

마산이 도시로서 성장하고 힘이 넘쳤던 시절을 현재 시점에서 회상하며 씁니다. 현재의 모습과 꽤 차이가 나므로 수필이라 여기고 읽어 주세요.

 

- 목차 -

1.  마산의 가곡, 가고파

2. 사라진 러시아의 흔적

3. 일본식 계획도시

4. 성장의 시절

5. 100년 넘는 도시의 구조를 걸어서 느끼기

 

100여 년의 시간이 쌓인 도시 마산을 걷다


1. 마산의 가곡, 가고파

마산은 합포만을 따라 생성된 도시다.

남해안 다도해의 복잡한 해안선이 육지로 깊게 움푹 들어가 만을 이루었는데 바다를 품은 육지가 난바다의 험한 파도를 막는다.

그래서 마산은 큰 항구인데도 불구하고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다.

이은상의 가곡 가고파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푸른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로 시작한다. 마산에서 성장하고 타지로 간 많은 사람들은 모임에서 헤어질 때 꼭 이 노래를 부른다. 꽤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마산 시민들은 '가고파'를 잘 부르고 즐겨 부른다. 그만큼 이 노래가 마산이라는 도시의 정서와 풍경을 잘 표현하고 있다.

 

2. 사라진 러시아의 흔적

잔잔한 바다의 맑고 깨끗함을 품은 도시의 바람은 갯가의 비릿함을 품으며 도시를 식힌다. 그리고 찌든 때가 낄 새도 없이 도시를 씻어주었다.

산소를 머금은 청량한 공기를 허파 가득 들이마실 때 온몸이 산소로 팽팽해진다. 그 상쾌함처럼 마산의 공기는 사람의 몸 구석구석을 깨끗한 산소로 채워주었다. 공기가 좋아서 마산은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기에 좋았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소나무 숲이 울창한 외진 도로 옆에 국립결핵병원이 있었다. 또한 군대에서 결핵을 앓게 되었을 때도 마산에 있는 국군병원에 입원하여 거기서 치료를 받았다.

 

이미 오래전 허물어져 흔적조차 없이 아파트 숲으로 변해버렸으나 국군병원은 러시아식 건물로 독특한 외관을 보였다. 구한말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를 찍는 사람들은 이 건물에서 촬영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군대여서 촬영 허가가 난 경우는 없었다. 러시아식 돔 지붕이 중앙에 자리한 파사드는 이국적이고 고풍스러웠으며 멋졌다.

종각에서 안국역 방향으로 가면 2층짜리 농협 건물이 있다. 누가 봐도 폐쇄적인 러시아식 건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이것보다 더 큰 건물이 산을 등에 지고 앉아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다가오는 어둠에 눈이 적응하지 않아 어두웠고 짙은 어둠은 시원한 느낌을 진하게 더했다.

 

3. 일본식 계획도시

마산에는 러시아 건물이 몇 군데 있었으나 오래전 철거되고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런 건물이 있었다는 기억을 가진 사람도 드물 정도이다. 

독특한 외관의 러시아식 건물이 눈에 띄었으나 이 도시는 일본의 색채가 짙었다. 마산은 일본에 의해 개항된 항구였다.

마산은 해안선을 따라 간선 도로가 달렸다. 도로는 해안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으나 그래도 도로의 방향은 해안선과 거의 일치했다. 간선 도로에서 안으로 향하면 갑자기 언덕이 시작한다. 그리고 언덕 중간으로 산복도로가 있어, 간선 도로와 평행한 방향으로 길이 나 있었다.

 

평행으로 달리던 사각형의 두 변인 간선도로와 산복도로는 산복도로가 평지로 내려오면서 사각형을 완성한다. 그리고 이 사각형 사이로 좁은 도로들이 가로 세로로 뻗어서 수시로 교차했다. 직교하는 도로를 갖춘 계획도시의 모습이었다.

이런 도로의 흔적을 동부이촌동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강 방향이 아니라 철도 방향으로 들어서면 차 한 대가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길이 가로세로 직교하고 있고 그 사이로 형성된 블록마다 집들이 들어서 있다. 카페나 음식점이 많아 걷기에 즐거운 동네다. 마산의 모습이 이와 비슷하다. 일본인 거주지였기에 비슷한 모습의 도시 구조가 남았다.

 

개항장이었던 마산은 러시아와 일본의 세력이 충돌하는 곳이었기도 했다. 승리한 일본은 신마산이라 하여 일본인 거주지를 마련했고 그곳을 계획적으로 구성했다. 모든 관공서와 학교는 이 지역에 있었다.

 

4. 성장의 시절

마산은 197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몸부림치던 가난한 나라는 일본과 가까운 마산에 자유수출공단을 마련하고 이곳에 일본 기업들이 공장을 많이 지었다.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마산으로 와 그 도시는 젊음으로 힘이 넘쳤다.

당시 어린 저임금 여공은 그 적은 돈으로 가족의 살림에 보태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이들을 따라 농촌의 학생들이 오늘날 외국으로 유학 가듯 마산의 학교로 전학하여 공부를 했다.

학생들로 꽉 찬 버스가 산복도로로 올라갈 때 버스는 힘에 겨웠다. 짐수레를 끈 늙은 소처럼 버스가 비명을 토했지만 움직일 수조차 없는 버스 안에서도 학생들의 젊음은 즐거웠다.

 

간선 도로에서 산복도로로 올라가는 경사는 가파르고 거리도 꽤 멀다. 이 길을 어린 학생들은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서 지각하지 않으려 뛰었다.

천하장사 이만기가 러닝을 하던 길이기도 하다.

이만기의 종아리처럼 굵은 마산 사람들은 몸을 믿으며 투박하지만 속이 깊다.

 

5. 100년이 넘는 도시 구조를 걸어서 느끼기

대학 캠퍼스처럼 산복도로를 따라 이어진 학교들은 아름드리나무로 무성했고 봄이 오면 벚꽃의 산무가 화려했다.

벚꽃이 지고 신록으로 나무가 물들 무렵, 간선 도로에서 산복도로에 있는 학교인 제일여고로 올라가는 길은 나무로 지붕이 쳐진 터널이 되었다. 이 길 끝은 일본 신사였다. 서글픈 개항장의 흔적은 없어졌지만 의식의 경계 너머, 도로의 모양을 통해 아직 희미한 자취가 남아 있다.

종교적 염원은 인류가 동일한 까닭에 그 길을 천천히 걸으면 마음이 많이 차분해진다.

 

신사 느낌의 제일여고 정문
제일여고 정문, 신사 느낌이 있다

 

한때 영화스러웠을 이 구역은 고령화하는 지방 도시의 모습을 보이며 시간의 힘에 퇴락하고 있다. 젊은 에너지로 넘실대던 도시는 도시에 남은 젊은 세대가 점점 나이가 들고, 또 여기서 난 아이들은 더 큰 도시로 떠나면서 더이상 도시라는 공간이 베푸는 소란스러움을 느끼기 어렵다.

 

고향의 봄이라는 동요가 있다. 가사를 쓴 이원수의 고향이 마산이다. 꽃 대궐이라는 노랫말처럼 마산의 봄은 소박하지만 화려하다

벚꽃이 지고 신록의 나뭇잎이 돋아나 어린 부끄러움으로 세상에 고개를 내밀 때 간선도로에서 산복도로까지 거닐면 좋다.

가까이 지나치는 버스를 피하며 급히 떨어지는 좁은 골목길로 보이는 가난한 집들과 그 마을이 전하는 삶의 이력을 엿봐도 좋다.

멀리 바닷물에 산란하는 햇빛에 눈을 찡그리며 가볍게 숨을 내쉬며 성의 기단 같은 학교 축대를 손끝으로 스치며 걸어가도 좋다.

오랜 시간 축적된 도시와 개인의 생로병사를 보는 것도 좋다.

 

꽃그늘 속 고양이
꽃그늘 속 고양이

 

도시의 쇠락
버려진 건물, 쇠락했으나 품격이 있다

 

100여 년의 역사 속에 마산은 세련된 모습으로 역동하는 에너지로 이제는 나이가 든 모습으로 그 세월을 없애고 새로 만들면서 고스란히 무질서하게 쌓아 놓았다.

마산의 산복도로를 걸으면 사라져 보이지 않는 시간을 쫓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NC 야구장을 찾으면 시간을 내어 이 길을 걸어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단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걸어야 소소하게 보인다. 그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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