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안 찌게 약 지어주세요.”
약을 드셔야 하는 환자들 중 많은 분들이 이런 부탁을 하십니다. 특히 여성분들은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약을 드신다고 하여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을 드립니다만 무슨 이유로 이런 오해가 이렇게도 깊게 각인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약이 살을 찌게 한다는 오해
1. 보약에 대한 오해
어째서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아마, 보약이라는 말 때문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의학의 위대함이 보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의사이지만 한때는 보약에 대해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뛰어난 의료 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2. 병을 진단하는 관점 - 실증(實證)
병이 나면 병의 원인을 파악한 후 원인의 제거와 증상의 완화를 위해 치료를 합니다. 감기에 걸리면 무슨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 몸 내부 여러 조직, 장기에 염증을 일으켰다고 이해합니다. 그래서 병적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해열제를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약으로 치료합니다.
한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이 생겨 여러 증상이 나타날 때 증상을 완화하고 치료하기 위한 처방을 합니다.
한의학의 병리학 이론은 상한론이라 하여 감기와 같은 감염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상한론은 병을 태양병, 양명병, 소양병, 태음병, 소음병, 궐음병으로 나누는데 다양한 이론이 있으나 병의 깊이에 따라 구분한다고 해석합니다. 바이러스나 병균에 해당하는 사기(邪氣-나쁜 기운)가 인체의 어느 지점에 침입했는지 관찰하고, 또 그 지점에서 발현되는 증상을 정말 세밀하게 분석하여 가장 적절한 처방을 합니다.
병을 분석하는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을 뿐 일반적인 병을 일으킨 원인을 없애고 증상을 치료한다는 기본적인 의료행위에 있어서 동일합니다.
3. 병을 진단하는 관점 - 허증(虛證)
하지만 병 자체가 아니라 병을 앓게 된 사람에 주목하는 학파가 있습니다. 감기 바이러스에는 모든 사람이 노출되었는데 왜 특정인만 감기에 걸리고 다른 사람은 감기에 걸리지 않느냐는 데에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원인균이나 원인균에 의한 증상의 발현보다는 오히려 면역력과 관련된 인체의 특성을 파악하고 거기서 약한 부분을 보충하는 치료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병을 진단할 때 병이 실증(實證)인가 허증(虛證)인가를 우선 구분합니다. 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실증적 치료이고 반대로 환자의 허약한 면역력을 치료하는 것이 허증(虛證) 치료입니다. 이럴 때 쓰는 치료법을 보법(補法)이라 하고 그 약을 보약(補藥)이라고 합니다.
4. 허증을 치료하는 보약(補藥)
일반인들은 보약을 몸에 기력이 나게 하는 약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보약을 먹이면 허약한 아이가 밥도 잘 먹고 잘 뛰어놀며 몸도 커지고 키도 쑥쑥 자랍니다. 그래서 보약을 먹으면 몸에 부족한 것이 보충되어서 몸이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약 역시 병을 치료하는 약입니다. 다만 병을 치료하는 접근법이 다를 뿐입니다.
몸이 허해서 비만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몸이 고되고 힘이 들어서 기력이 너무 떨어지면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서 푸석푸석하게 부었다가 살이 찝니다. 이럴 때에는 보약을 써서 기운을 회복시키면 살도 빠지고 몸도 가볍고 기운이 납니다.
생각하는 보약과는 의미가 많이 다르지요? 보약을 먹고서 살이 빠진다고 생각하기는 참 어려운데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5. 실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서 담음(痰飮)
한편 실증(實證)일 때는 몸에 있는 나쁜 것을 빼줍니다. 한의학에서는 비만을 습담(濕痰)으로 이해합니다.
담음(痰飮)이라고 하는데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때에 생기는 물질과 현상입니다. 오래된 수도관에는 많은 오물들이 붙어있거나 쌓여있습니다. 담음은 이와 동일한 현상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담음을 병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보았습니다. 오죽하면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고 해서 10개 중 아홉 가지는 담에 의해 병이 생긴다고 했겠습니까. 병의 원인으로 담음을 그만큼 중시했기 때문에 담음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기혈의 순환이 잘 되는 한약을 복용하면 담음에 의해 나타나던 머리가 항상 무겁다거나, 담이 자주 결리는 증상, 배가 더부룩한 것 등 다양한 증상이 사라지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동시에 갑자기 증가한 체중도 감소합니다.
6. 한약은 몸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약
한의학은 단순히 증상의 개선만이 아니라 사람의 전체를 보고서 장부와 기운의 균형을 맞추려고 합니다.
그래서 질환 치료를 위해 복용한다고 하여 살이 찌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몸의 밸런스가 맞춰지고 대사과정이 안정을 찾으면서 불편했던 증상의 개선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체중도 오히려 안정적이 됩니다.
몸의 건강상태가 나빠져서 몸이 무겁고 소화도 안 되던 것이, 한약을 드시면서 몸이 전체적으로 변하면서 좋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한의학은 균형을 잡아주는 데에 목표를 둡니다.
따라서 한약이 몸에 좋지 않은 습담을 더 채워 체중을 증가시키는 어렵습니다. 체중이야 많이 먹으니까 남는 에너지원을 지방으로 우리 몸에 저장하는 바람에 증가합니다. 핵심은 음식량인 것이지요.
한약, 특히 보약이라는 말에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보약도 아픈 것을 치료하는 약일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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