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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의 소화기관은 매우 큽니다. 포유류는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특히 대형 유인원처럼 몸집이 크고 주로 채식을 하는 경우 내장은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움직이느라 바쁩니다.
위, 소장, 대장 등 소화관은 음식을 휘젓고, 밑으로 내려 보내며, 위액을 만들고, 소화된 분자를 소화관 벽을 통해 흡수합니다. 간이나 췌장과 소장 등의 장기는 소화 효소를 합성하고 흡수한 영양소를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로 재가공하고 혈액으로 보냅니다. 끊임없는 과정이고 매우 에너지 집약적입니다.
활동 중인 소화관은 시종일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소비량은 소화기관이 얼마만큼 많은 일을 하느냐 하는 것과 소화기관 자체의 크기가 결정합니다.
육식 동물의 소화관은 초식 동물에 비해 작습니다. 또 섬유질이 많은 잎 대신 당분이 풍부한 과일과 같이 소화가 잘되는 음식물을 먹는데 적응한 종 역시 비교적 작은 소화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화관이 작아지면 그 자체의 에너지 소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절약된 에너지를 신체의 다른 부분에서 쓸 수 있게 됩니다.
고비용 조직 가설(The expensive tissue hypothesis)이라 합니다.
트레이드오프 원칙을 따르되 뇌가 아니라 근육을 발달시키는 동물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류는 참 독특합니다.
체중에 비해 작은 소화관을 가진 영장류는 상대적으로 더 큰 뇌를 가집니다. 인류에게 큰 뇌가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에너지 소모율이 높은 조직인 소화관이 작아진 덕분입니다.
인류는 사회적 지능이 클수록 유리한 생존경쟁의 압력을 받았고, 뇌를 발달시키기 위하여 소화관을 퇴화시키며 대신 절약한 에너지를 더 커진 뇌 조직에 썼습니다.
인류와 침팬지와의 분리는 동부 아프리카의 지형이 바뀌면서 나타났습니다. 인류의 조상 원숭이들이 살던 환경이 숲으로 빽빽한 우림지역에서 초원이 펼쳐진 사바나 지형으로 바뀌었습니다.
나무 위에서 과일을 먹으며 쉽게 탄수화물을 공급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건기와 우기가 번갈아 나타나는 사바나의 건기에 근경(根莖)이나 구경(球莖)에 풍부하게 저장된 탄수화물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훨씬 더 많은 탄수화물을 구할 수 있었고 영양분의 공급이 늘어났습니다. 간혹 인류의 조상에 대해 수생 원숭이 가설을 말하는 학자도 있는데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식량을 얻은 중요 장소는 강변이나 호수 주변이었습니다. 오늘날도 이 주변에서 풍부한 식량을 구합니다.
이들 식물의 근경(根莖)이나 구경(球莖)은 소화하기 어려운 세포벽 섬유가 잎보다 적어서 소화가 더 쉽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 용량이 커진 것은 잎을 먹다가 그보다 품질이 더 높은 뿌리로 식단이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인류의 뇌 용량은 도약합니다. 호모 하빌리스는 620cc에 이릅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체중이 동일한데 뇌는 30% 가까이 커졌습니다. 음식으로 공급되는 에너지가 더 많아졌고 그 에너지는 순전히 뇌에 집중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호모 하빌리스의 뇌가 커질 수 있었던 것은 고기 때문입니다. 육식은 훨씬 농축된 에너지를 체내에 공급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날고기를 먹는 것은 힘들고 비효율적입니다. 고양잇과나 갯과 동물처럼 포식에 적합하게 진화하지 못한 영장류는 날고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합니다.
사냥을 해서 육식을 하는 침팬지는 인류에 비해 커다란 턱 근육을 갖고 있는데도 내장과 같은 사냥감의 부드러운 부위를 선호합니다.
근육을 먹을 때는 계속 씹어야만 합니다. 하루 중 여러 시간을 고기 씹는 데 할애해야 합니다. 소화기관이 이렇게 오랫동안 일해야 한다면 소화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큽니다. 고기를 먹는 것보다 과일을 먹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입니다.
호모 하빌리스는 훨씬 농축된 양질의 에너지 공급원인 고기를 먹었습니다. 그 결과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뇌가 발달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내장의 용적을 가진 호모 하빌리스가 고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마 소화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고기 가공법을 발견했을 것입니다. 도구를 사용했을 것입니다.
도구의 사용은 이미 침팬지에게 보편적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일본원숭이가 자기들만의 열매를 방법을 후세에 전하는 것도 발견되었습니다. 도구 사용의 학습이 문화로 전승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들보다 훨씬 발달한 뇌를 가진 호모 하빌리스는 도구를 사용하여 고기를 먹기 좋게 만들었을 겁니다. 처음에는 고기를 몽둥이나 돌로 내리쳤을 것이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소화기관이 해야 할 일을 훨씬 줄어듭니다. 그리고 그 과실은 소롯이 뇌의 발달로 이어집니다.
직립원인에 이르러 뇌의 용량은 950cc로 급증합니다.
이것은 불의 사용이 원인입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차별화된 길로 나아가는 결정적 원인이 불의 발견입니다.
특히 뇌의 발달과 관련한 에너지 공급에 있어서 불로 가공할 경우 흡수 효율은 월등히 높아집니다. 단백질의 변형을 통해서 소화 과정이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줄어든 만큼의 에너지는 뇌를 키웁니다.
인류는 양질의 에너지 공급원을 찾았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소화기관을 줄여 내부적으로 에너지의 여분을 쌓았으며, 흡수율을 높이는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뇌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뇌와 높은 지능은 사회적 경쟁자들을 물리치는데 이득이 되었고 인류 종 내부에서 선호하는 선택압이 되었습니다.
지능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사회를 구성한 인류는 높은 지능을 이용하여 다양하고 창조적인 방법으로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구하였습니다.
뇌는 높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유지할 가치가 있는 기관입니다. 지능이 가져다주는 이점이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인류를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사치품이라 할 정도로 비싼 뇌를 유지할 능력이 없고 오직 인류만이 그 방법을 발견한 것입니다.
하이델베르크인은 뇌가 1,200cc 현생인류는 1,400cc에 이릅니다. 모두 음식의 흡수율을 높일 수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불의 발견 이후 조리법의 발전으로 음식의 에너지 품질이 높아집니다. 이는 소화기관이 활동하는 시간을 줄여 소화 과정에서 소비되는 비용을 낮추고 더 많은 에너지를 뇌로 보낼 수 있습니다.
미시적으로 보면 미생물과의 공존을 비롯하여 더 많은 원인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불로 요리하기로 인해 우리는 허약한 육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뇌를 소유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빛나는 정신력을 가진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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