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사람이 자연과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하다고 봅니다. 인간이 속해 있는 자연과의 조화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다양한 것들과의 조화 역시 중요합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큰 축이 마음, 정신을 관장하는 뇌와 우리 몸을 먹여 살리는 장의 조화입니다.
뇌장축(Brain Gut Axis)라고 하여 장과 뇌의 관계를 중시하는 시각이 점점 각광을 받습니다만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오장육부를 중심으로 인체를 바라보았습니다.
장에는 우리 몸 세포의 10배에 가까운 미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장은 세균들이 살아가는 거대한 자연이자 마이크로바이옴의 우주입니다.
인간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듯 장을 구성하는 세균은 장에 그리고 우리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칩니다.
고양이 톡소플라스마라는 기생충이 있습니다. 단세포 원생생물인데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에 대한 겁을 상실합니다. 오히려 고양이를 유혹하기까지 합니다.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으면 톡소플라스마가 고양이 몸 안에서 번식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반복합니다.
보잘 것 없는 미생물이 쥐라는 고등 생물체의 몸과 행동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사람도 미생물에 의해 영향을 받을까요?
대부분의 병이 어느 하나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는데 그 원인의 가중치도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미생물이 있다고 하여 그것이 원인이다고 말하면 잘못된 결론을 얻게 됩니다만 마이크로바이옴의 영향을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파상풍을 일으키는 Clostridium tetani라는 세균이 혈액이 아니라 장으로 들어갔다면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못합니다. 그런데 만약 항생제로 인해 미생물총(microbiota)이 심하게 훼손된 후 장에서 세력을 넓힐 수 있었다면 어찌 될까요?
유아기 때는 뇌 신경망의 기본 틀이 만들어지는 시기입니다. 유아의 뇌에는 100조 개가 넘는 시냅스가 있습니다. 성인의 두 배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는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다 차츰 필요 없는 것들은 가지치기를 합니다. 필요 없는 뇌의 시냅스가 없어지고 효율적인 뇌의 망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뇌의 활동은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에 의해 발생합니다. 신경과 신경은 공간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습니다. 이것을 시냅스라 부릅니다. 그 시냅스 공간을 건너뛰어 신경에서 신경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것은 신경전달물질이 메신저로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세포에서 이 물질들이 합성되어 뇌가 기능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뇌가 급격하게 발달하는 이 시기는 아기의 장에서 성인과 비슷한 미생물총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시기입니다.
신경전달물질은 인간세포에서만 합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생물총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뇌와 의사소통하는 화학물질을 생산해냅니다. 그리하여 장내 미생물총이 뇌 발달의 초기 단계에 영향을 줍니다.
척수를 통하지 않고 뇌에서 나오는 신경 중에 미주신경이 있습니다. 미주신경은 뇌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내장기관으로 가지를 치며 연결되다 장까지 이어지는 긴 신경입니다.
미주신경은 장이 하는 일, 소화의 진행 과정과 연동운동 상태 등의 정보를 뇌에 전달합니다. 그런데 미주신경은 장의 기분까지도 뇌로 전달합니다. 뇌장축의 주요한 연결노선입니다.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해내는 미생물들은 천연의 미주신경 조율 장치로 미주신경에 전기자극을 보내어 기분을 조절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감정이 장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장의 움직임 역시 기분이나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감정 상태에 따라 증상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대장이 감정적 자극이나 부교감 신경을 흥분시키는 물질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할 경우에 생깁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속이 울렁거린다든지, 긴장하면 배탈이 날 것 같다든지 하는 기분은 실제로 장에서 시작됩니다. 뇌는 미주신경으로 장이 보내는 전기 자극을 통해 정보를 받고 해석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감정으로 표현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장내 미생물의 조성에 일어나는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세균에 의해 생성된 신경독소 물질이 미주신경을 통해 뇌혈관 장벽을 거치지 않고 뇌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처럼 세균이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동시에 갖추어졌을 때 유아에게 자폐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은 장에서 분비되며 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조율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 중 10%의 세로토닌은 뇌로 들어가 우리의 기분을 조절합니다.
살아있는 박테리아가 체내로 들어오면 면역계가 체내에 있는 세로토닌의 전구물질인 트립토판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막아 결과적으로 기분을 조절합니다.
우리 몸 안에 다양한 미생물군이 바글바글거리는 환경이 마련되면 그만큼 정신적으로도 안정이 되는 것입니다. 톡소플라스마가 쥐의 행동을 변화시켰듯이 다양한 미생물이 인간의 기분에 영향을 주어 인간의 행동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면 결과적으로 생존의 가능성을 더 높이기 때문입니다.
진화에 유리해지는 것이지요.
우리 몸에 좋은 미생물을 프로바이오틱스 라 부릅니다. 그리고 이들이 번성할 수 있게 미생물의 먹이를 프리바이오틱스라 합니다. 프리바이오틱스의 보고가 한약입니다. 그리고 프로바이오틱스 역시 발효를 한 한약에 풍부합니다.
본래 한의학이 우리 몸을 우주로서 바라보는 인체관에서 출발했다 보니 오늘날과 용어는 다를지언정 질병 치료와 건강 관리에 뛰어납니다. 뇌와 관련된 질환에 한의원에 가셔서 진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 톡소플라스마 감염은 경미합니다. 거의 대부분 모르고 넘어갑니다. 단, 임산부는 조심해야 합니다. 톡소플라스마는 고양이 대변으로 나와 3일 후에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러니 고양이 대변 바로 만지지 마시고 바로바로 청소해주십시오. 당연히 손 깨끗하게 씻으셔야죠. 평소 위생 잘 지키듯이 하시면 됩니다. 고양이 괜히 무서워할 필요 없답니다.
'뇌와 한의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의 리듬과 자연의 리듬에 맞춘 침 (0) | 2021.03.20 |
---|---|
수면, 뇌 청소로 기억력 향상하기 (0) | 2021.03.18 |
불안장애는 유전인가? (0) | 2021.03.10 |
침과 한약의 치매 예방 효과 확인 (0) | 2021.03.04 |
전두엽 기능과 활성화 (0) | 2021.03.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