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본다는 것은 간지로 표시된 날짜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입니다.
간지로 표시된 날짜가 정말 그 날짜가 맞을까요? 다른 날짜로 표시할 수는 없을까요? 날짜가 그렇게 표시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지기시법, 간지기일법, 간지기월법, 간지기년법이라 일컫는 간지로 날짜를 표시하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여 명리학 해석의 로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목차 -
1. 명리학 이전의 문제, 달력 표시의 정확성
2. 간지는 부호가 아닌 상징
3. 시간의 반복성, 중첩성
4. 천문학적 시간의 발견과 표기
5. 시간의 추상화, 12지지
6. 천문학적 시간, 월지와 시지
사주의 출발, 만세력과 60간지
1. 명리학 이전의 근본적 문제, 달력 표시의 정확성
명리학의 정확성을 따지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해석의 기초자료인 만세력으로 표시된 날짜의 정확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금년 설날 아침 9시 즉 2023년 1월 22일 9시를 만세력이라는 달력으로 표시하면 임인년 계축월 경진일 경진시가 됩니다.
2023년 1월 22일 9시라는 것은 그레고리우스력과 천문시에 기초하여 사용한 세계적인 약속입니다.
반면 임인 계축 경진 경진이라는 시간의 코드는 만들어진 기원이 애매합니다. 이 애매한 출처에 근거한 날짜 표기가 사주를 파악하는 기초자료인 로 데이터(raw data)입니다. 이 로 데이터가 정확할까요?
왜 임인년 계축월 경진일 경진시여야만 할까요? 이 순간이 계축년 임인월 무오일 갑진시가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2. 간지는 기호가 아닌 상징
1), 2), 3) …… 또는 ⅰ, ⅱ, ⅲ ……과같이 어떤 항목을 다른 것과 구별할 때 표시하는 기호가 있습니다. 기호로써 갑, 을, 병, 정 ……과 같은 10가지 천간, 자, 축, 인, 묘 ……의 순서로 이어지는 12가지 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ⅰ, ⅱ, ⅲ ……이 순수하게 구분의 의미뿐이지만 천간과 지지는 너무도 많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천간, 지지는 단순한 구분의 기호가 아니라 그 자체가 뜻이 있는 명사가 됩니다.
그래서 1이라는 기호와 달리 1의 의미를 갖는 갑이나 자, 그리고 그것의 합성인 갑자라는 표시는 그 자체로 나머지 59개의 간지와 구별되는 많은 뜻을 갖고 있습니다.
월을 표시하는 기호로써 1월은 사회적 약속하에 한 해로 정한 시간 단위 중 첫 번째 달이라는 단순한 순서만 나타낼 뿐이나 만약 이것을 계축 월 또는 신축 월이라 부르거나 또는 터무니없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무오월이라고 부르면 의미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단순한 1월이 아니라 간지로 표현된 코드는 의미를 갖습니다.
2022년과 2023년이 다를 것 없는 일 년입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번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표시할 뿐입니다. 하지만 임인년과 계묘년은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바로 임, 인, 계, 묘가 다른 뜻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임인년과 계묘년에는 다르다고 합니다.
무엇을 근거로 어떤 해는 수의 기운이 강하고 어떤 해는 목의 기운이 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정말 목의 기운이 다른 오행의 기운보다 강한 연월일시가 있을까요?
3. 시간의 반복성과 중첩성
관찰하고자 하는 대상은 반드시 다른 대상과 구별되어야만 합니다. 가장 단순하게 두 가지로 구별한 것을 음양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시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이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시간은 낮과 밤입니다. 낮과 밤의 반복에 따라 시간이라는 것이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밤과 낮을 가리키는 말이 곧 음양입니다. 음양은 시간이 지나면서 칸트의 인식론처럼 동아시아 철학 인식론의 기초 개념이 됩니다만 근본적 의미는 밤과 낮을 가리킵니다.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낮과 밤은 낮과 밤을 원소로 하는 하루라는 큰 단위를 만듭니다. 음과 양이 음양으로 더 큰 실체가 되는 것입니다.
다만, 명확하게 다른 밤낮과 달리 하루라는 시간 단위는 어제, 오늘, 내일 이렇게 변화하더라도 명확하게 물리적으로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12시간마다 한 장씩 사진을 찍으면 밤과 낮의 변화로 인해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만 하루 즉 24시간마다 사진을 찍었을 경우 순서대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 구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달의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대략 30일을 원소로 하는 월이라는 좀 더 큰 시간 단위가 형성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대략 12개의 월로 일 년이라는 시간의 단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연월일이라는 단위들이 중첩되고 또 그 단위들이 규칙적으로 반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4. 천문학적 시간의 발견과 표기
인간이 시간이라는 단위가 필요하게 된 것은 농경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수렵과 채취를 벗어나 농경을 시작하면서 농사 시기에 관한 지식은 생존과 직결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주변 상황을 보고 그것을 결정했을 것입니다. 이것을 물후력(物候曆)이라 합니다. 산꼭대기에 눈이 다 없어지고 며칠이 지나면 씨를 뿌린다거나, 제비가 보이면 씨를 뿌려야 한다는 것과 시간 개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정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을 해결한 사람들이 이집트인들이었습니다.
이집트는 나일강의 범람으로 인한 토지는 비옥했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주변 자연 현상으로 나일강의 범람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위험했습니다. 시리우스 별의 위치가 나일강의 범람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로써 하늘의 움직임에 기초한 달력이 만들어집니다.
농사의 주기와 일치하는 일 년이라는 개념이 형성됩니다. 사실 한자로 연(年)은 곡식을 지고 가는 사람을 형상화한 글자이기도 합니다.
일 년은 대체로 12개의 달로 이루어집니다. 달이 12번 주기적으로 반복하면 일 년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12개의 달을 구분해야 하고 이로써 12진법이 등장합니다. 태음력을 사용했던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익숙한 숫자를 셀 때 십진법이 아니라 12진법을 사용했습니다.
5. 시간의 추상화, 12지지
동아시아에서 농경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월을 표시한 기호가 12 지지입니다.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입니다.
월을 가리키는 12 지지 즉 월지는 자연의 시간을 정확하게 반영하며 1년이 지나면 똑같은 월을 맞는 주기성을 드러냅니다.
자연의 순환과 일치하는 시간 기호입니다.
비록 달의 모양을 보고 월이라는 시간 단위가 만들어졌으나 달의 공전과 지구의 공전이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낮과 밤이 하루를 이루는 것처럼 12개월과 1년이 맞지 않습니다.
천문학의 발달과 함께 태양의 움직임에 근거하여 달의 주기를 무시하고 1년을 12개월로 나눕니다. 이로써 월은 달의 변화와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순수하게 태양의 움직임을 계산적으로 주기화한 수학적 체계가 됩니다.
구체적 경험과 유리된 추상화가 오히려 정확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습니다.
태양의 고도에 따라 태양이 특정한 고도에 이르게 될 때를 월의 기준으로 삼고 잘못된 날짜에 농사를 지을 위험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12라는 숫자의 명쾌함을 낮과 밤에도 적용합니다. 하루를 두 개로만 나누면 시점을 지정하기가 너무 넓습니다. 그러나 12개로 구분하면 무척 정확해집니다. 요즘이야 초 단위의 정확성으로 살고 있습니다만 당시는 2시간 단위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신시에 만나자고 했을 때 2시간의 오차가 있으나 그 오차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루를 12개로 구분하는 것 역시 태양의 고도에 기초합니다.
이리하여 오시와 오월은 하루와 일 년 중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은 시간, 월을 의미합니다. 정확하게 자연과 천문 현상을 나타냅니다.
6. 천문학적 시간, 월지와 시지
그러므로 임인년 계축월 경진일 경진시라는 코드 중 두 가지 계축월의 축, 경진시의 진은 천문학적으로 타당성을 가진다 하겠습니다. 이 두 지지는 다른 지지로 바꿀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월지와 시지는 각 지지가 갖고 있는 수많은 의미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어떨까요? 다음 글에서는 천간 중 시간과 월간의 구성에 대해 고찰하겠습니다.
<이어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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