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특히 사주명리학은 음양오행론이 바탕에 있습니다.
음양오행론이 어디서 출발하였으며 왜 아직도 의미를 갖고 있는지 또 한계에 대해 알아봅니다.
- 목차 -
1. 자연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론
2. 음양오행론의 시작
3. 음양오행론의 합리성
4. 형이상학의 탈피와 현실에 대한 구체적 설명
5. 허술한 논리와 거시적 설명의 유용성
음양오행론의 출발과 한계와 의미
1. 자연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론
음양오행의 논리는 동아시아 문명의 바탕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연의 운동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논리입니다.
음양오행론은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사상 중 하나입니다. 제자백가의 사상이 대부분 오늘날의 정치학, 사회학, 윤리학과 관련되어 있음에 반하여 음양가, 오행가는 자연과학적 태도를 보인다는 데에서 독특합니다.
2. 음양오행론의 시작
음양오행론은 추연이 시조라 하는데 그의 사상이 책으로 전해진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과학처럼 자연현상, 운동, 시간에 따른 변화 등을 설명하는 논리이다 보니 민간에 많이 펴졌습니다.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이론이었다 보니 진시황의 분서갱유 때 음양오행가는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다.
이 사상은 사물의 변화에 관한 고찰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를 알려주고,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기 위해 무엇을 하면 될 지 그 방법을 설파하였기 때문에 은밀하게 비전되었습니다. 마치 그리스 자연철학학파 중 피타고라스학파와 유사합니다. 피타고라스학파도 숫자를 이용해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였고 밀교적 성격이 강하였습니다. 자기들의 비밀을 외부로 발설할 경우 발설자를 처형하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음양오행론은 동아시아 사상과 문화의 근저에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록은 풍부하지 못합니다.
음양오행론의 기록이 남아있는 자료는 한의학의 고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황제내경(黃帝內經)을 비롯한 한의학 책들에는 음양오행론으로 사람의 생리와 병리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들 책에 남아있는 기록을 음양오행의 이론적 근거로 삼습니다.
3. 음양오행론의 합리성
음양오행론이 아직까지 동양철학, 사상의 기본논리로 자리 잡고 일상생활에도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합리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합리성은 자연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자연에서 찾는 것에 있습니다. 자연현상, 운동, 변화를 형이상학적 존재의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보지 않고 오늘날의 자연과학처럼 원인을 자연 속에서 찾습니다.
자연과학의 역학처럼 변화, 운동의 법칙을 음양오행론으로 설명합니다.
그리하여 세상에 대한 합리적 해석을 합니다.
음양오행론에 근거한 설명은 겨울에 곡식이 자라지 않는 현상을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가 딸 페르세포네가 지하 세계로 가 있는 동안 낙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신화와 차이가 많습니다.
서양에서도 신화의 세계에서 벗어나 고대 자연철학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피타고라스학파는 수를 이용하여 계산을 통해 자연의 존재와 변화의 질서를 밝혀냅니다. 그러나 곧 종교의 질곡에 갇혀 자연에 대한 올바른 관찰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자연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는 르네상스가 되어야 다시 나타납니다.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춘추전국시대 때부터 시작한 음양오행론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자연, 운동, 인간 사회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과학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로 인해 과학의 출발을 맞지 못합니다.
4. 형이상학의 탈피와 현실에 대한 구체적 설명
음양오행론이 세밀하지 못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생활과 사고 속에 영향을 끼친 것은 논리가 실제 생활에 접목되었기 때문입니다.
과학, 좀 더 범위를 넓혀 세상에 대한 이해는 철학자의 영역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문학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설명의 시조이기도 합니다. 갈릴레오의 위대한 점이 관습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을 실험을 통하여 부정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연에 대한 이해가 실제 생활과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기술은 장인의 영역이었고 장인은 자기만의 제작기법만 갖고 있을 뿐 이론적 근거를 갖지는 못했습니다.
과학과 기술은 오랜 시간 따로 떨어져 있다가 산업혁명 이후에야 자연과학이 기술과 만납니다. 그리고 지금은 과학과 기술은 서로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도 없이 하나로 생각될 정도입니다.
동아시아는 산업혁명 이후 서양에 생산력이 뒤처집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중국의 경제력이 서양을 압도했다 합니다. 이미 송대에 석탄을 에너지로 쓰는 기계의 활용이라는 산업혁명의 전단계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발달했던 동아시아는 끝내 산업혁명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음양오행론도 작은 한 원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학과 기술이 따로 발달해 왔던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어떤 기술이 명확한 근거를 갖고 있었습니다. 바로 음양오행론이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의학입니다.
한의학은 경험의 막무가내식 축적이 아니었습니다. 그 경험에 기초한 수많은 데이터를 이론을 통해 하나로 묶었고 다시 이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환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론의 기초가 음양오행론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음양오행론을 바탕으로 질병의 원인과 변화, 또 처방의 적절성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설명은 오늘날까지 한의학에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당장 정말 뛰어난 임상집이라 할 수 있는 동의보감을 이해하고자 하려면 음양오행의 논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합니다.
5. 허술한 논리와 거시적 설명의 유용성
음양오행론으로 현실에서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몇 천 년 전에는 이것이 운동, 변화를 설명하는 훌륭한 방법론이었는지 몰라도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또 폐기하기엔 너무도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 작용하여 변화를 나타낼 때 큰 틀에서의 설명으로 음양오행론은 적절합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변화란 어느 한 요소에 의해 생기는 경우는 없습니다.
음양오행론은 여전히 설득력이 큽니다.
그러니 어려운 일이지만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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