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이라는 말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마치 대상을 지칭하는 것처럼 잘못 회자됩니다.
음양이 쓰인 경우를 살펴 음양을 살펴보겠습니다.
- 목차 -
1. 음양이란 인간 뇌 인식의 특성과 한계
2. 음양호근(陰陽互根)
3. 음양의 속성
4. 음양제약(陰陽制約)
5. 음양의 사용례
6. 결론 - 관계 맺는 대상의 명칭
음양의 의미
전편에서 살펴보았지만 음양이란 온 우주의 가장 근본 원리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원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겪는 모든 일에 고스란히 적용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음양이란 대단한 원리라고 언급됩니다.
우주의 원리를 고작 음양이라는 말로 대체 가능할까요?
1. 음양이란 인간 뇌 인식의 특성과 한계
무에서 갑자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우주의 98%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140억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우주가 확대되고 있다면 우주 밖의 공간은 무엇일까요? 우주를 감싸는 또 다른 우주가 있다는 말일까요?
현대 물리학을 상식적으로 접하는 보통 사람은 우주가 커지고 있으니 우주를 포함하는 무엇이 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소박한 질문을 합니다.
바로 이 질문이 음양이 무엇인지 드러냅니다.
음양이란 사람의 인식입니다.
사람의 인식은 우주의 예에서 보듯이 홀로 존재하는 실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람의 인식 틀은 무조건 배경과 실체 두 가지가 있어야만 작동합니다.
확장하는 우주라면 확장이 일어나는 우주를 감싸는 배경을 자연스럽게 떠올립니다. 그것이 인간의 인식입니다.
우주가 양이라면 우주를 감싸는 나머지가 음입니다.
사람은 이런 사고의 틀을 벗어나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주를 이야기하면서 우주를 넘어선 우주를 감싸고 있는 무언가를 또 그리게 됩니다.
물리학에서는 우주의 탄생과 팽창을 딱 들어맞게 설명합니다만 보통 사람은 우주가 팽창하려면 팽창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소박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생각의 틀, 인식의 틀, 정신의 모습 이것이 음양응상대론에서 언급한 신명지부 생각, 정신의 그릇이라는 말의 뜻입니다.
따라서 음양이 무언가를 설명하는 실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음양이란 인간 인식의 방법과 한계라는 철학적 의미를 갖는 용어입니다.
2. 음양호근(陰陽互根)
이러한 음양관을 좀 더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음양을 관계론적 인식론이라 정의하는 것입니다.
어떤 실체는 인간이 결코 이해할 수 없어 그 실체의 배경을 봄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는 음양관은 배경과 실체의 상호 비교를 통해 어떤 실체의 고유성을 인식합니다.
남자가 무엇인지 알려면 여자와 대비하여 서로 무엇이 다른지를 비교합니다.
인간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면 인간의 여집합인 동물과 비교함으로써 인간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서양의 사고가 대상을 정의(definition)하고 접근하는데 반하여 동양적 사고는 정의를 내리지 않습니다. 다만 여집합과의 차이를 통해 실체의 특징을 드러냅니다.
논어를 읽어도 공자가 정의한 인(仁)은 없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도 도(道)와 덕(德)에 관한 명확한 정의가 없습니다. 도의 모습은 있지만 도가 무엇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도를 양이라 한다면 도가 아닌 것은 음입니다.
관계론적인 인식이 음양적 사고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인과 서구의 인식 틀은 차이가 큽니다.
물고기와 해초 등이 있는 바닷속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얼마 후 그 사진을 묘사하라고 하면 동아시아인은 사진을 전체적으로 말합니다. 무엇 무엇이 어디에 있었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반면에 서구 쪽 사람들은 특정 사물, 특히 주제라 할 수 있는 사물을 집중적으로 묘사합니다. 강조된 물고기의 특징을 세심하게 표현합니다.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렇게도 다른 것은 음양에 관한 인식 틀이 동아시아 문화에 깊이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음양이란 말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동아시아 문화에 관계론적 사고 틀이 깊숙이 새겨져 있습니다.
서구식 사고로 음양은 대립하는 두 가지 힘으로 각각 파악하지만 그것만이 음양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음양의 속성
관계 속에서 음과 양으로 구분하는 것을 음양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계를 맺는 대상들을 음과 양으로 나누는 기준이 있습니다.
음양이란 용어는 그림자와 빛이 비치는 곳을 각각 가리킵니다.
여기서 음과 양의 기본적인 속성이 나타납니다.
어떤 대상을 이해할 때 특정 대상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대비되는 여집합과의 관계를 비교합니다.
그리고 두 대상을 비교하여 빛, 밝음, 에너지가 있는 것은 양으로, 그림자, 어둡고, 질량을 가진 물질적 특징은 음으로 규정합니다.
어떤 대상을 파악할 때 다른 대립적인 대상을 같이 보는 관점이 음양입니다.
그리고 대립하는 두 대상을 상대적으로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고 그것을 음양으로 표현합니다.
4. 음양제약(陰陽制約)
어떤 한 물질, 사물, 현상을 음이나 양으로 부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반드시 관계를 맺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성리학을 완성했다 할 수 있는 주자에게 어디까지가 하늘이냐고 물었습니다. 주자의 대답은 "땅을 한 자 파면 하늘이 그만큼 깊어졌다네."였습니다. 음양이란 것이 명확하게 어떤 객관적 실체를 가지고 구분되는 것은 아니라는 탁월한 견해입니다. 하늘이 깊어졌다는 그 표현이 많이 와닿습니다.
음양을 이해할 때는 관계성의 층위가 제각각이며 관계를 맺는 것들이 무엇이냐에 따라 음과 양으로 불릴 수 있는 것도 수시로 바뀐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이 음양을 쪼개면 또 음양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음양이란 사물을 이해하는 관계론적 사고방식일 뿐 그 자체가 실체를 가지고 우주를 설명하는 특별한 무엇이 아닙니다.
5. 음양의 사용례
명리학에서도 음양이란 용어는 자주 쓰입니다.
천간과 지지는 각각 오행적 속성이 있다고 합니다.
천간의 갑과 을은 목, 병과 정은 화, 무와 기는 토, 경과 신은 금, 임과 계는 수입니다.
천간의 목이라는 층위에서 보면 천간의 목은 갑과 을로 구성되어 있는데 갑은 양목이고 을은 음목입니다.
이로써 갑은 을에 비해 좀 더 움직임이 큰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층위를 좀 더 위로 가 오행이라는 차원에서 음양을 나눌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움직임이 큰 목, 화가 양 정적이고 물질적인 금, 수가 음에 해당할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토는 어디에 해당하냐는 질문이 나옵니다만 오행이 칼로 그어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구태여 무토는 양, 기토는 음으로 배속할 수도 있겠으나 기계적으로 배분한다는 것도 어색합니다. 토가 양이 될 수도 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1:1의 크기로 음양이 구분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오행의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더 큰 것들이 있고, 정적인 것들로 나눌 수 있다고 이해하고 서로를 비교하면 됩니다.
화는 화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가장 대비되는 수와 음양으로 구분한 것이고, 구태여 나머지와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음양이란 말이 마치 정의처럼 들어맞아야 하는 그런 것이 아니니 너무 개념에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다시 아래로 내려가 목과 화를 음양으로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목과 화를 비교하여 음양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목보다는 화가 양이고 목이 음이 될 것입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반대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양중지양, 양중지음, 음중지양, 음중지음 이런 식으로 나누지만 층위를 달리할 뿐인데 그런 나눔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동일한 실체라도 다른 집단 구분법을 쓰면 음양은 언제든지 바뀝니다.
하늘과 땅에서 땅은 대체로 음입니다. 하늘과 바다 역시 바다가 음이겠네요. 땅과 바다는 어떨까요?
처음의 두 개는 공간을 수직적으로 구분한 것이고 마지막은 수평적으로 구분한 것입니다. 땅이 양이 될 수도 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음양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전체적인 조감을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사물, 물질, 실체, 현상이 그것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발생하는 여집합도 존재하며 두 가지가 합하여 전체를 이룬다는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음양론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병이 들었을 때 병을 일으킨 외부의 물질이 문제인가, 아니면 인체가 약하여 막지 못한 것이 문제인가 하는 관점, 즉 안과 밖을 동시에 파악합니다. 병을 허증이냐, 실증으로 구분합니다.
또한 병의 증상을 관찰하여 겉에 있는지, 아니면 꽤 깊이 들어갔는지도 구분합니다. 표리를 나누어 파악합니다.
호흡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동시에 관찰합니다. 들숨이 약할 때와 날숨이 약할 때를 구분하고 진단의 한 포인트로 삼습니다.
이런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곧 음양론의 관점입니다.
6. 결론 - 관계 맺는 대상의 명칭
실체에 음양을 부여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 때문에 과도하게 음양이란 말이 사용되었습니다. 하늘은 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하늘은 땅과 대비했을 때 양입니다. 상대적 관계론이 망각되어 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길다, 짧다라는 말은 상대적입니다. 음양도 이와 비슷합니다. 구체적으로 1m가 되는 물질을 길다, 짧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하늘을 양이라 땅을 음이라 단정 지으면 안 됩니다. 하늘과 땅이 나타나는 관계가 중요한 것입니다.
하늘과 바다의 음양은 무엇일까요? 수직적으로 구분하면 하늘이 양, 바다가 음입니다.
수평적 차원에서 땅과 바다의 음양은 어떨까요? 움직임으로 보면 바다가 양, 깊이로 보면 바다가 음으로 보입니다. 땅을 음으로 규정하면 틀립니다.
많은 경우 대상에 음양이라는 이름이 부여되었습니다만 거기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음양이란 것이 동양철학에서 신비화한 것처럼 대단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관계로 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 뇌의 특성, 또 관계 맺는 사물들끼리 구분하는 이름이고 구분의 기준이 아인슈타인의 질량과 에너지의 변환처럼 물질적이고 정적이면 음, 에너제틱하고 움직임이 크면 양으로 구분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음양으로 세상을 이해하면 꽤 편합니다. 음양을 구분한 그 차원에서만 적용하면 대상을 이해하고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음양으로 세상을 이해합니다. 인간의 인식 틀이 음양론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음양이 구체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절대 반지처럼 절대 진리인 것은 아닙니다. 비교하여 특성을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방법론일 뿐입니다.
음양이란 지식이 부족하던 옛날 자연을 신의 의지가 개입된 것이 아닌 자연현상 그 자체로 이해하기 위한 인식론이었습니다.
그 소박한 인식론은 아직도 유용합니다. 단, 선인들의 지식의 한계를 고려한 적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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