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우리 가족 한방 주치의
운명컨설팅

사주는 통계인가

by Mr. Goodman 2021. 11. 30.
반응형

사주가 맞다는 얘기를 하면서 이것이 통계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을 합니다. 사주와 통계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 목차 -

1. 사주가 통계라는 오해

2. 사주가 통계라고 여겨진 배경

3. 생일 문제로 추론한 사주가 통계가 아닌 이유

4. 검정의 불가능

5. 검증은 못했지만 폐기도 못했음

 

사주와 통계


1. 사주가 통계라는 일반적인 오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는 친구와 얘기 중에 이 친구가 사주에 대하여 맞다는 말을 합니다. 옛날부터 축적되어온 자료에 근거한 통계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공부 많이 한 엔지니어가 이런 말을 해주어서 명리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기뻤지만 사주가 정말 통계인지 의심이 듭니다.

정답을 말씀드리면 사주는 통계와 무관합니다.

 

2. 사주가 통계라고 여겨진 배경

사주명리학은 100여 년 전만 해도 국가가 공인한 어엿한 학문이었습니다. 조선 시대 과거 시험 중 기술직 공무원을 뽑는 잡과의 하나로 음양과가 있었는데 명리학도 음양과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잡과 시험에는 의사를 뽑는 의과나 외교에 필요한 통역관을 뽑는 역과도 있었습니다.

이로써 명리학은 국가가 인정한 나라를 운영하기 위한 중요한 학문 중의 하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권을 잃고 서양의 근대 사상이 밀려오면서 전통사상이 부정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사주명리학은 헛된 미신으로 치부됩니다.

비록 미신으로 여겨졌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약한 인간의 본능에 호소하기 때문에 끊어지지 않고 명맥이 유지되었습니다.

 

사주명리학이 비록 학문적으로는 부정되었지만 옳고 잘 맞는데 이유가 통계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이 퍼졌습니다. 

학문적으로 어떠한지 몰라도 통계적으로 옳으니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고 일단 활용하면 된다는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진 셈입니다.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말은 참으로 편리하여 혹시 전혀 들어맞지 않더라도 사주명리가 틀린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개인이 특수한 경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주가 통계라고 하여 명확한 인과를 찾을 수는 없어도 설명의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주는 통계가 아닙니다. 개인의 조그마한 경험일 뿐이지요. 사주를 봤던 사람의 경험에 기초하여 옳다고 판단했을 뿐, 데이터에 기초하여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개인적 경험에 비췄을 때 의미가 있다고 해야지 사주가 통계이기 때문에 옳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정규분포곡선
정규분포

 

3. 생일 문제

통계라는 말을 쓸 수 있으려면 우선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생일 문제 또는 생일의 역설이라는 확률 문제가 있습니다.

방 안에 몇 명의 사람이 있는데 이 중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은 얼마인지 알아보는 문제입니다.

 

한 방에 두 사람이 있는데 이들이 생일이 같을 확률은 얼마일까요?

전체 확률 1에서 두 사람이 모두 생일이 다른 경우를 빼면 되기 때문에 0.27% 정도 됩니다. 거의 안 일어난다고 봐야 합니다. 똑같은 생일을 가진 두 사람이 있을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만약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50%가 넘으려면 사람이 몇 명이 있어야 할까요? 의외로 적습니다. 23명이면 충분합니다. 23명의 생일이 모두 다른 경우를 확률 1에서 빼면 되는데 23명이면 50%가 넘습니다.

 

많은 사람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23명만 있다면 그 안에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반이 넘습니다. 이 문제에는 어디에도 역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기분학상 역설적으로 느껴진다고 하여 생일의 역설이라는 말을 씁니다.

 

문제를 바꾸어 빨강, 파랑, 노랑 세 가지 색상의 옷을 입은 사람이 있는데 한 방에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있을 확률을 구한다면 두 명이 있을 경우 33%가 넘습니다. 세 명이 한 방에 있다면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81%가 넘습니다.

 

생일은 365가지, 옷은 3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일어날 경우의 수가 커질수록 동일한 특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려면 훨씬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주는 어떨까요?

생일은 일 년이 365일이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365입니다만 사주는 경우의 수가 훨씬 많습니다. 1,036,800입니다. 1,036,801명을 만난다면 동일한 사주를 반드시 만납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이만큼 많은 사람의 사주를 분석할 수 없습니다.

 

만 명의 사주를 보았더라도 동일한 사주를 가진 두 명의 사주를 볼 가능성이 1%입니다. 매번 다른 사주만을 관찰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동일한 사주를 가진 두 사람의 인생이 어떠하다고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어떤 사주를 가진 사람은 어떤 운명을 가지더라는 데이터가 필요한데 동일한 사주를 가진 두 사람의 데이터마저도 확보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요즘이야 그나마 정보통신이 발달하여 구글이 마음만 먹으면 데이터 확보가 가능합니다만 사주를 보는 사람들이 서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통계적으로 사주가 옳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4. 검정의 불가능

더군다나 동일한 사주를 가진 사람을 만나 운명을 파악했더라도 역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A와 B의 사주가 동일하고 A의 운명을 본 다음, B의 운명을 비교했을 때 두 운명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똑같은 사주는 비슷한 운명을 지닌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겨우 두 명을 보았을 뿐입니다. 동일한 사주를 갖고 있더라도 전혀 다른 삶을 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사주를 확보하고 모든 사람의 삶의 궤적을 안 후에야 사주와 운명의 관계가 경험적으로 검증되었다 할 것입니다.

이것이 불가능하므로 적어도 표본추출이라도 해야 하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이 사주가 같은 사람을 일정한 3명 이상을 만난다는 것은 가능성이 아예 없습니다.

 

5. 검증은 못했지만 폐기도 못했음

당나라 때에는 운명을 파악하는 기준으로 띠를 삼았습니다. 요즘도 띠로 오늘의 운세가 어떠하다는 글들이 꽤 있습니다. 그러나 의미 없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이것이 자꾸 틀리니까 결국 쓸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검정을 했다기보다 틀리니까 자연스레 사라졌을 것입니다.

 

대신 생일을 기준으로 삼아 운명을 파악하는 방법이 도입되었습니다.

이 방법론 역시 명확하게 검증이 되지 않았습니다.

통계적으로 검정하기에 데이터 확보가 안 되었고, 단순하지 않은 한 사람의 운명과 사주와의 상관성을 따지기에는 방법론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검정의 수단도 물론 없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임상에서 생일을 기준으로 운명을 해석할 때 띠를 기준으로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맞추는 경우가 많았을 겁니다.

임상에서 오늘날 사주를 보는 방법론이 버려지지 않고 살아남은 것입니다.

 

생일을 기준으로 사주를 보는 방식은 송나라 때 등장합니다.

사주명리학의 구성은 천문학에서, 변화와 형성의 논리는 음양오행론에서 차용합니다. 두 가지 기초 학문을 바탕으로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러므로 어떻게 해야 좋은 운을 맞이하고 나쁜 운을 피하는지 이해하는 실용 학문인 사주명리학이 발전합니다.

그리고 이 논리가 명확하게 검증되지는 않았으나 실제로 적용하면 아무런 논리 없이 찍어 맞추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개인의 삶을 그려냅니다.

그리하여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로소 정보통신 기술과 통계학의 발달로 사주가 삶을 얼마나 정확하게 그려내는지 검증할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부디 통계로써 사주명리학의 정확성과 한계가 밝혀지고 발전 방향 역시 모색되었으면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