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 도화살이 있다면

도화살의 성립 조건과 근거에 이어 도화살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목차 -

1. 봉건시대의 차별적 여성관

2. 도화(桃花)는 아름다움

3. 도화는 다른 사람의 눈에 드러남을 의미

4. 도화의 미미한 영향력

5. 명리학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

 

사주에 도화살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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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봉건시대의 차별적 여성관

명리학에서 살을 殺, 煞이라는 한자로 표시합니다. 두 한자 모두 뜻이 죽인다(killing)입니다. 자기 사주 안에 살해의 기운을 갖고 있으니 삶이 얼마나 험난하겠습니까!

더군다나 도화살은 여성에게 치명적이었습니다.

 

성리학이 지배적이었던 시절, 남존여비의 관념이 당연한 시대에서 사회적으로 여성의 주체성은 인정받지 못하였습니다. 여성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역할을 하는 가문의 세대를 잇는 존재로서 받아들여질 뿐이었습니다. 여성이 사회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며 오직 아이를 낳고 기르며 더하여 집안일만이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여성은 집에만 있어야 하는 남성에게 있어 마치 재산처럼 소유의 대상과도 같이 여겨졌습니다.

 

명리학은 당위나 도덕을 말하지 않습니다. 종교처럼 죽음을 바라봄으로써 올바른 삶을 살도록 가르침을 펴지도 않습니다. 오직 살아있을 때, 특히 현실에서의 길흉화복을 살핍니다.

봉건시대 태동한 명리학은 그 시대의 삶과 밀접한 봉건적 여성관이 녹아있습니다. 여성은 남성에게 있어 집에 있는 소중한 재산으로 봅니다.

아내는 남성에게 재물로 인식됩니다. 반면 남편은 아내에게 받들어야 할 권위인 관(官)입니다. 철저하게 봉건적 사고가 배어 있습니다.

 

2. 도화는 아름다움

이런 취급을 받는 여성이 다른 사람의 눈에 띈다면 어떨까요?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머니 안에 감추어도 송곳은 결국 튀어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성은 결국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남성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여성이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곳이라곤 없었습니다. 남성이 할 수 없고 오직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영역, 그것도 남의 눈에 띄는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해야 기생 정도일 뿐이었습니다.

 

도화는 우리말로 복숭아꽃, 곧 복사꽃입니다. 복사꽃 아래에서 세 명의 남자가 나라를 구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桃園結義)입니다. 또 파라다이스를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 했습니다. 그만큼 도화는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여성에게 투영된 아름다움이 욕망으로 덮일 때 도화는 성적 의미를 갖게 됩니다. 성인잡지를 도색잡지(桃色雜誌)라고 했습니다. 복숭아를 뜻하는 영어인 peach 역시 엉덩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도화는 성(性)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이미지를 갖습니다.

 

복사꽃 핀 마을

 

도화살은 뛰어난 미모와 재능을 갖고 있어 남성의 눈에 띄지만 사회에서의 쓰임새라고 해야 기생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여성의 운명을 설명합니다. 결코 좋게 받아들일 수 없는 운명입니다. 여성을 하대하여 아랫사람 취급하던 사회에서 여성이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은 비천한 위치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성에게 있어 도화살은 참으로 힘든 운명을 알려주는 시그널입니다.

그래서 도화살은 남성의 사주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여성의 사주에서는 아주 안 좋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3. 도화는 다른 사람의 눈에 드러남을 의미

하지만 도화가 그럴까요?

살이란 말은 안 좋다는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사주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게 합니다.

살이라는 말을 떼어버리고 도화라는 단어로 사주를 보면 도화는 각 계절을 대표하는 지지입니다. 가장 봄답고, 여름답고, 가을 다우며 겨울 같은 때가 자오묘유(子午卯酉)입니다. 자오묘유를 각 계절의 기운이 가장 왕성하다 하여 왕지(旺地)라 합니다.

그 계절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 도화입니다.

 

도화는 계절의 특징이 드러나는 선명함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선명하기 때문에 눈에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을 도화로 봅니다.

사회의 여러 분야 중에서 도화의 힘이 강한 사람이라면 남의 눈에 띄는 분야에 진출하려 할 것입니다. 연예계가 대표적입니다.

봉건시대 쓰일 수 없던 여성의 미모와 재주에 집착하여 기생의 팔자로 해석하던 것과는 너무도 다르지요?

 

연예인을 보면 자기만의 재능을 드러냅니다. 그 재능이 무엇이건 간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펼칩니다. 자오묘유의 왕지에 해당하는 도화는 자기가 중심이 되어 주위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뜻을 펼쳐나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기의 주체적 삶을 강하게 추구하는 것이 도화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도화는 오늘날 벚꽃이 확 피면서 드러나듯이 복사꽃처럼 모든 사람의 눈에 띌 정도로 사회적인 활약과 성공을 의미합니다.

도화는 과거처럼 여성에게 안 좋다는 살(煞)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나 여성 모두에게 적용하는 개념이며 오히려 현대사회에서는 좋게 해석할 여지가 더 큽니다.

 

다만, 도화로 인해 남에게 주목받아 좋겠다고 단편적 해석을 해서는 곤란합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비난이나 비판, 조롱을 당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자기 고집부리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사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4. 도화의 미미한 영향력

도화는 해석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간단한 논리입니다.

‘자기주장을’라는 도화는 현실에 적용하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맞히는 것이 많은 만큼 냉정하게 말하여 틀리는 것도 많습니다.

도화는 너무도 간단한 내용이기에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양한 방향의 힘이 작용하여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고 미래로 삶이 변화합니다. 그중 한쪽 방향을 가리키는 약한 벡터가 도화라고 여기는 것이 좋습니다.

 

도화살을 비롯하여 여러 살은 현대에 들어와 의미가 바뀌었습니다. 과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틀립니다. 더하여 명리학이라는 논리의 틀 안에서 도화살이나 역마살을 포함하는 신살의 개념은 미치는 영향력이 아주 미미합니다. 무시해도 좋으나 이런 것도 있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5. 명리학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

명리학에 신비한 무엇이 있어서 미래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명리학은 꽤 복잡하고 정연한 논리일 뿐입니다. 명리학을 공부했더라도 논리만 알 수 있을 뿐 구체적 현실에서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논리에 대한 개인적 경험에 기초하여 검증은 있었을지 몰라도 그 차원을 넘어선 검증은 없었습니다.

명리학이라는 논리 체계에 기대어 현실을 그 논리 체계로 해석하는 과정이 명리학의 존재 이유라 할 것입니다.

 

사주 해석은 해석하고 상담하는 것 자체가 사람에 대한 이해라 할 수 있습니다. 임상적인 행위 자체가 학문으로서의 방법론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그래서 상담과 해석을 하면서 이론의 타당성과 중요성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명리학의 이론만 고집해서는 안 되고 끊임없이 현실 속에서 그 해석의 틀을 바꿔야 합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개인은 자기의 운명을 누구보다도 잘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명리학의 내용을 공부하는 것은 정말 좋습니다. 가장 좋은 자기 계발론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미래를 족집게처럼 맞힌다는 비술이 아니라 현실에 근거한 논리의 적용을 통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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