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우리의 뇌도 늙어 갑니다.
마치 피부에 주름이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뇌가 노화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뇌에도 주름이 생기는 걸까요?
- 목차 -
1. 노화와 뇌의 수축
2. 작업기억의 저하
3. 장기기억의 저하와 정신 기능의 쇠퇴
4. 정신의 모습은 뇌의 연결망
5. 복구 능력의 쇠퇴와 이유
노화에 따른 뇌의 변화
1. 노화와 뇌의 수축
피부에 주름이 생기는 것은 거울을 보며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뇌가 쇠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다 ‘내가 뭘 하려 했더라?’, ‘요즘은 방금 봐도 돌아서면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이런 어려움을 체감하고 인지하고 나서야 비로소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어렴풋이 눈치챕니다.
나이가 들면 피부가 처져 주름이 생기듯 뇌도 바뀝니다. 수축이 일어납니다. 즉 쪼그라듭니다. 대체로 40세부터 작아지는데 뇌 부피의 변화는 70세부터 급격히 빨라집니다. 뇌가 작아지면서 인지 기능도 변화가 생겨 점점 떨어집니다.
2. 작업기억의 저하
어떤 일을 할 때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일을 해냅니다. 예를 들어 라면을 끓일 때, 냄비에 물을 받고 레인지에 불을 켜서 냄비를 올린 다음 물이 끓으면 라면을 넣습니다. 만약 모른다면 우선 조리법을 읽어봅니다. 냄비가 없으면 다른 용기를 쓰기도 하고 생수가 없으면 수돗물을 써서 결국 라면을 먹습니다. 이런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 그리고 몰랐을 때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작업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작업기억의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나이 드신 분에게 앱 사용법을 알려드린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쉬운 것을 어려워하는 것도 보셨을 겁니다. 바로 작업기억이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작업기억의 결함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처음에는 어쩌다 한 번이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자주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배외측전전두피질의 수축에 원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해마와 내후각피질에서도 위축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단기기억뿐 아니라 공간 내비게이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3. 장기기억의 저하와 정신 기능의 쇠퇴
우리가 기억으로 알고 있는 것, 좀 더 정확한 용어로 장기기억도 여러 측면에서 약화합니다.
장기 기억의 약화는 우리가 수십 년 동안 구축해 놓은 뇌 안 뉴런 네트워크의 점진적인 해체와 더불어 나타납니다.
‘나’라는 존재는 내 뇌 안의 뉴런들이 서로 연결된 뉴런끼리 연결망 뉴런의 네트워크 그 자체입니다. 나는 뉴런의 네트워크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지적으로, 혹은 육체적으로 이루어낸 것들은 결국 뉴런들의 연결망 속에 담겨있습니다. 육체와 정신이 다른 존재로서 정신의 위대함을 데카르트가 말했지만 틀렸습니다. 정신은 뉴런의 연결 모습이 사람마다 다를 뿐입니다.
술이라는 물질이 정신을 잃게 만듭니다. 정신은 물질과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육체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4. 정신의 모습은 뇌의 연결망
뇌 속의 네트워크, 신경망은 정글과 비슷합니다. 우리가 아는 정글의 모습은 무수한 나뭇가지와 이파리들이 엉켜 발걸음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뉴런들이 정글 속 식물들처럼 뇌 속을 빽빽하게 채웁니다.
뉴런은 나무가 가지를 내듯이 수만 개의 가지를 뻗어 다른 뉴런과 연결합니다. 이를 시냅스라 부릅니다. 연결이 곧 기능이 되는데 도시의 도로망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뇌 안 뉴런의 네트워크는 지하철, 다리, 크고 작은 도로와 골목길, 횡단보도, 인도, 자전거길을 무수히 갖춘 대도시의 아주 복잡한 교통망과 비슷합니다. 도시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과 물건이 움직이듯이 뇌 속 뉴런을 타고 전기 신호가 움직입니다.
택배회사에서 분류된 물건들이 고속도로와 서울 시내 집하장에서 작은 트럭에 나누어져 여기저기 옮겨집니다. 그리하여 여러 물건들의 이동 경로가 만들어집니다. 뉴런을 통해 이동하는 전기 신호 역시 신경이라는 길을 따라 이동 경로를 형성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들의 연결망이 바로 정신입니다.
뉴런을 따라 뉴런과 뉴런이 이어지는 시냅스를 따라 전기 신호가 흐르고 이 신호가 지나가면서 불이 반짝인다 생각해 보세요. 머릿속에 불들이 들어와 어떤 형태를 이루고 이 형태가 개인의 고유한 정신 현상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 도로의 일부분이 망가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비록 자주 다니던 길은 이용하지 못하지만 손상된 길을 피해 우회로를 찾고 동시에 도로 보수를 합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겠지요. 하지만 길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기 신호가 전달되어 회로가 완성되고 불이 반짝 빛이 납니다.
이것이 뇌가 점점 노화하는 모습입니다. 40대가 되면 누구나 예전처럼 반짝이던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배우는 것도 느려지고 잘 아는 배우나 가수도 기억이 안 나 한참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문제는 없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보충하기 때문입니다.
5. 복구 능력의 쇠퇴와 이유
하지만 큰 사고가 나서 여러 개의 다리가 끊어진다거나 예상치 못한 홍수나 큰 눈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차나 사람이 다닐 수 없어 도시 전체 교통망이 완전히 마비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택배를 보내더라도 결코 도착할 수가 없게 됩니다.
뇌의 신경세포와 신경세포의 연결 부위가 손상되면 결과적으로 뇌의 노화와 관련한 현상이 돌이킬 수 없이 나타납니다.
차들이 다니면 도로는 반드시 손상됩니다. 신경세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손상된 부위를 빨리 복구하기 때문입니다.
덴마크의 신경생물학자 마이켄 네데르고르가 주장한 글림프 시스템 이론에 의하면 뇌의 물질대사 과정에서 생긴 유해 물질과 침전물을 치우는 청소 시스템이 뇌와 척수 속에 있습니다. 글림프란 아교세포(glia cell)과 림프액(lymph)을 말하는데 글림프 시스템에 의해 혈관벽에 달라붙은 아교세포가 혈관 속에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 또는 미토콘드리아 대사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온 산소 화합물과 같은 침전물과 유해물질을 림프액을 통해 분해하는 혈관 청소 시스템입니다.
만약 글림프 시스템의 청소기능이 더 이상 젊을 때처럼 활발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침전물이 제거되지 못하여 쌓이고, 그것이 뇌의 신경망을 차츰 파괴하는 것입니다.
차들이 다니므로 도로의 손상이 불가피하듯이 살아가면서 신경세포가 활동하는 이상 대사과정에서 부산물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부산물을 빨리 청소하고 복구한다면 뇌의 노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글이 길어져 뇌를 손상하는 물질과 원인, 그리고 글림프 시스템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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