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한의사가 되기 전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서울대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했던 저에게 사탐을 배운 제자가 전국 수석을 했습니다. 그 경험을 나눕니다. 고등학생들이 봤으면 좋겠군요. 예전에 학생들에게 했듯이 편하게 말하는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지수야, 오늘은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했던 많은 학파 즉 제자백가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공자로부터 출발하는 유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공자의 가르침과 춘추전국시대의 유가
춘추전국시대는 살벌한 땅따먹기의 전쟁 시대라고 했지? 그리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아이디어를 개발한 사람들이 많았어.
이들의 다양한 주장을 백가(百家)라고 부르고 대표적인 많은 선생님을 제자(諸子)라고 한단다. 제자백가란 우리말로 많은 선생님들과 온갖 학파라고 할 수 있겠다.
- 공자와 유가에서 보는 학문의 목표
제자백가의 사상 중에서 유가만큼 큰 영향을 미친 사상은 없어.
공자가 유가의 제창한 사람이고 또 가장 유명한 사람이야.
유(儒)라는 말은 선비를 의미해. 그러니 공자학파는 선비학파라고 할 수 있어. 유가가 주장하는 내용을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선비의 이미지로 그려봐도 돼. 그만큼 공자의 사상은 끊어지지 않고 2,500년을 살아남아 이어지고 있단다.
유학의 가장 중요한 책 네 가지를 사서(四書)라고 해. 논어, 대학, 중용, 맹자야. 대학(大學)이라는 책이 있지? 대학교라는 말도 여기서 나오는데, 이 책에서 학문의 목적을 밝히고 있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해.
공자의 무리인 유가의 목적이 치국(治國) 즉 나라를 다스리고 다음에 평천하(平天下) 온 세계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었어. 선비라고 해서 고고하게 자기의 뜻을 지키며 살아가며 개인의 수양을 목적으로 했던 것이 아니란다.
공자 본인도 어떻게든 제후들이 자기를 고용하도록 끊임없이 면접시험을 보러 다녔어. 공자 개인으로 보면 치국 평천하를 목표로 삼고 자기의 방법을 구체화하려던 계획은 실패해.
- 공자의 인간에 대한 이해 - 인과 예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으로 남의 것을 빼앗는 시대였어. 그러니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강한 군사력을 기르는 것과 또 이런 거대한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먹을 거리를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었다.
군대를 유지하려면 일 안 하는 군사를 먹여살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니? 장기적으로 경제력이 필수적이야. 이것을 부국강병(富國强兵)이라 한단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군사적으로 강력한 나라가 목표였던 것이지.
보통 사람이라면 군대를 강하게 하기 위해 엄격한 규율을 만들어 군인들이 게으름 피우지 않고 훈련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겠지. 또는 쌀농사 잘 짓는 방법을 개발한다거나 아니면 효율적으로 세금 거두는 방법 등 실용적인 주장이 도움이 될 거야.
그런데 공자는 좀 더 깊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야. 인간에 대해 이해를 하면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를 잘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 공자의 정치적 논거였어.
공자는 사람을 볼 때 인간의 본질적 특성을 착하다고 봐. 공자의 말로는 '인(仁)'이란다. 이게 뭔지는 잘 몰라. 착하다는 것이 모호해.
덧붙이면 한문으로 된 옛날 책을 읽어보면 요즘의 서술, 설명 방법과 많이 달라. 지금이라면 ‘인’의 정의를 밝히고 설명을 진행해. 하지만 고전을 보면 그냥 툭 던지고 만단다. 그래서 구체적 상황에서 인의 모습이 단편적으로 드러날 뿐이야.
단편적인 모습을 모아보면 인이란 사람끼리 살아가는데 있어서 서로 존중하고 잘 어울려 사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
즉 사람은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본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지.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 하고 사는 모습이 있을 거야. 겉으로 드러나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것이지. 마음 속에 간직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드러나겠지? 그것을 예(禮)라고 했단다.
이것만이 강조된 것이 조선시대 중기 이후 성리학의 문제점이었어. 하지만 공자의 생각은 소박했단다. 착하게 살려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모습의 자연스런 행동이 곧 예였거든.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는 사랑을 어떻게 아니? 손이라도 잡거나 포옹이라도 하거나 해야 알지. 안 그래?
그런 자연스런 행동이 예라는 거야.
- 도덕의 중요성
공자는 춘추전국시대와 같이 험난한 세상이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착하게 살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다면 사람들이 스스로 잘 따르기에 국가는 잘 다스려질 수 밖에 없으며 나아가서 온 천하가 저절로 평안해진다고 보았어.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다보니 유가에서 강조했던 것이 '착하게 살자'이고 착하게 사는 것 곧 '도덕'을 강조하게 돼.
억지로 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생각해 보고 다른 사람 입장에서 서 보면 올바른 행동의 원칙이 나온다고 보았어.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라는 공자의 말이 있는데 너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말이야. 인의 표현이야.
이 말은 2,000년이 훌쩍 지나 대륙을 가로질러 독일에서도 반복된다. 칸트가 똑같은 말을 했단다.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주관적인 동시에 보편적인 법칙 수립이라는 원리로서 타당하도록 행동하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공자 말씀과 같다고 하자.
만약 모든 사람이 이런 원칙 아래에서 행동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정말 좋은 사회가 되겠지?
이런 나라가 있다면 사람들이 스스로 몰려들 거야.
요즘이야 외국 나가려면 여권도 있어야 하고 비자도 발급받아야 하지만 이때는 우리나라 안에서 이사 가듯이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었어.
그러니 생산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어.
공자는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라고 한 것이지.
- 통치의 원칙 - 수양을 통한 실천과 교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착한 마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행동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공자가 설파한 가장 훌륭한 치국의 도-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였어.
이를 위해 임금이 솔선수범해야 해.
임금도 잘 모르겠으니까 공부도 하고 공부한 것을 쉽지 않지만 실천해야 하는데 실천하는 행동의 규범이 예와 악이란다.
여기서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유교는 정말 공부를 강조해.
공부와 실천을 강조하지만 실천해야 하는 행위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연스런 행동이었어.
어떻게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생각과 마음도 바뀐단다.
이렇게 행동을 통해서 의식의 교화가 일어나게 돼. 행동의 교화를 위해 예와 악이 드러난 것이란다.
예와 악으로 행동을 교화하고 그것이 몸에 붙으면 생각과 마음도 본래 착한 본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본 거야.
모든 사람들이 도덕을 몸에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 다스림의 원리라는 생각을 공자와 그 학파는 갖고 있었어.
* 한 호흡에 읽기에는 글이 길어져 다음에 이어집니다.
사탐공부, 동양윤리의 기본 공자와 유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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