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한의사가 되기 전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서울대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했던 저에게 사탐을 배운 제자가 전국 수석을 했습니다. 그 경험을 나눕니다. 고등학생들이 봤으면 좋겠군요. 예전에 학생들에게 했듯이 편하게 말하는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지수야, 사회 과목을 포함한 문과 과목의 특징이 있어.
시험을 칠 때 정답을 찾아야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좀 혼란스러운 말이겠지만 문과 계열의 과목에는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명쾌한 정답이 없어.
물론 사실, 팩트라는 것이 있지만 조금만 더 파고들면 사실이라는 것도 사람에 따라 달라진단다.
사회탐구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입장에서 정답이 없는 과목에서 정답 찾기란 말이 안 되는 소리겠지?
사회과목을 공부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보고 외우고 시험 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현상에 대해서 자기가 조사하고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사회현상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중요해. 그리고 내가 밝힌 인과관계와 다른 사람이 밝힌 인과관계가 얼마나 차이가 나며 왜 그러한지 분석, 비판하면서 자기의 결과를 좀 더 올바르게 가다듬어야 해.
토론이 가장 중요하단다. 우리 교육 현실과 좀 차이가 나.
사회탐구과목의 특징에 대해 선생님이 이렇게 규정을 하는데 지수 너는 선생님의 이 말이 뭔가 아닌 것 같다면 아니라고 나름 근거를 가지고 비판할 수 있어. 틀린 것이 아냐. 아니, 그렇게 해야 해. 사회 과목을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거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토론인 것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사회현상을 바라볼 수 있는데 다만, 사회현상에서 규칙성을 발견하고 그것이 미래에도 꽤 적용될 수 있음을 합리적으로 밝히는 것이 사회 탐구의 목표야.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세상을 이해하는 자기만의 시각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는 단군 이래 반만 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많이 들어본 말일 거야.
프랑스에는 크로마뇽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 대략 5만 년 전의 유적이야. 라스코 동굴에다 그림을 그렸는데 참 잘 그렸어.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이 '유구한 5만 년의 역사'라고는 말하지를 않아.
역사가 오래될수록 뿌리 깊은 나무 같은 느낌이 드는데 말이지.
역사라는 것은 문자로 기록된 시대를 말해. 그 이전은 앞이라는 의미의 앞 선[先] 자를 써서 역사보다 앞선 시대 즉 선사시대라고 해. 선사시대를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유물과 유적뿐이야. 그걸 바탕으로 상상의 날개를 펼쳐야 한단다.
역사는 누군가가 글로 적어두었기 때문에 그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기가 쉬워.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는 역사에 있어서는 으뜸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왜냐하면 한자라는 문자가 3,000년 이상이나 쓰이고 있기 때문이야.
이런 특징을 가진 문화는 지구 상 어디에도 없단다.
3,000년 전의 사람이 자기의 생각을 글로 적어. 그 글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읽을 수가 있어. 놀랍지 않니?
가장 오래된 문명인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 역시 문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말과 글이 다 사라져 버렸어. 그 문화가 현재에도 저변에는 영향을 미치고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아.
하지만 요즘 소설을 읽듯이 논어는 지금도 읽을 수 있어. 이유는 한자로 쓰여 있기 때문이야.
문자를 사용해서 당시 모든 현상들을 기록하면서 비로소 역사가 시작이 된단다. 단, 이런 기록을 보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 기록이 진리는 아니라는 점이야.
우리가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그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를 생각해 봐.
똑같은 영화를 봤는데도 감명 깊게 본 부분, 자기의 생각 등은 다 달라.
범위를 좀 넓혀 영화라는 주제로 넘어가면 좋아하는 영화 자체가 달라져.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도 자기의 취향에 따라 기록을 해.
그래서 역사를 기록한 사람과는 다른 생각이나 사실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 오히려 기록을 한 사람의 시각이 당시에는 아주 독특하고 미미한 생각일 수도 있어. 그 기록이 너무 보잘것없었기에 굴러다니다가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았을 수 있거든.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중 하나인 묵자라고 하는 사람의 서적은 영향력이 너무도 컸기에 유가들에게 심한 공격을 받았고 그의 저작이나 사고는 많이 사라져 버렸어. 유가보다 더 호응을 받았던 묵가의 서적이 금서로 지정되며 철저하게 탄압받고 그 자리를 유가가 메웠어. 결국 묵가는 제대로 된 책 몇 권 없이 역사책에 언급되는 정도로만 남았어.
그래서 춘추전국시대의 주요한 사회 이념으로 공자를 위시한 유가를 생각하면 잘못일 가능성이 커.
사회현상은 단일한 현상이 아니란다. 자기가 보는 관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리 보인단다. 말다툼을 하기도 하고, 팀별로 과제를 할 때 서로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잖아. 내 생각과 다른 생각, 다른 시각이 있음, 그것이 사회현상의 특징이야. 뉴스를 보면 이해 안 되는 일들이 참 많지? 한데 그 당사자들은 나름 이유가 다 있단다.
사회현상, 좁게는 개인적 생각과 행동에 하나의 논리와 정답은 성립하지 않는 셈이지.
그럼 사회과목에는 정답이 없겠네.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해. A라는 사람이 보는 세상과 B, C라는 사람이 보는 세상이 모두 다르니까.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서로가 달리 세상을 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야. 대신 자기의 눈에 보이는 세상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훈련을 해야 해.
사회과목 중 역사를 통해서 사람들의 생각, 관점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쉽게 배우게 돼. A와 B가 다르게 생각했기에 역사적 사건이 발생하거든. 그리고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현재 다양한 사회 현상의 이면을 다각도로 생각할 수 있어.
에드워드 카라는 역사학자가 있어. 이 사람이 역사를 정의했는데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했어. 시험을 치르는 외워야 할 사실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얼마든지 역사는 달라질 수 있다고 해. 새로운 것이 발견되기도 하고 예전에는 무시했던 사실이 지금에는 중요하게 여겨질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거든. 이것이 사회탐구 과목의 특징이야.
세세한 무언가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자료를 바탕으로 사회현상의 인과성, 규칙성을 이해하는 것이 사회과목을 공부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사람들마다 다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할 것. 다만 각자의 시각은 다를지라도 합리적인 규칙에 의거해 설명하고 또 예측할 수 있다면 좀 더 옳다는 평을 들을 거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글>
기억력 향상하여 공부 잘하는 법
기억이라는 것을 누구나 매일 경험하고 잘 알고 있다고 여깁니다. 보통 공부하면서 외우는 행위를 기억이라 합니다.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기억이라는 기초 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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