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한의사가 되기 전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서울대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했던 저에게 사탐을 배운 제자가 전국 수석을 했습니다. 그 경험을 나눕니다. 고등학생들이 봤으면 좋겠군요. 예전에 학생들에게 했듯이 편하게 말하는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노자와 장자라는 대단한 사상가가 있었어. 이들에 의해 도가(道家)라는 사상적 흐름이 생겨. 유가와 달리 학파라고 어떤 무리가 만들어졌던 것은 아냐. 그런데도 이들의 사상은 면면히 이어져 유교와 더불어 동아시아 사상의 양대 축이 된단다.
동양사상의 바탕 도가
1. 유가에 대한 부정적 시선 - 인위적인 제도, 예법의 부정
인의예지(仁義禮智) 윤리 시간에 자주 듣는 말이지. 사람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야. 우리가 노력해서 생활 속에서 구현해야 할 도덕규범이라고 할 수 있어.
구체적인 내용이 뭔지는 몰라. 하지만 인의예지라는 말만으로 사람은 뭔가 옳은 일을 해야 하고 행동이나 몸가짐도 올바르게 갖춰야 하고 또 공부도 해야 하고............ 뭐 이런 식으로 해야 할 것들이 많아.
이것이 공자로부터 시작한 유가의 가르침이야.
선생님이 유가가 단순하게 개인적인 어떤 도덕 원칙은 아니라고 했지? 나라를 다스리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했어.
공자는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착하게 교화시키면 착한 사람들이 사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된다고 봤어. 이를 이끌어 나가고 가르치는 역할이 곧 군주의 역할이 되는 거야.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군주의 말씀을 일단 들어야 하는 거지. 그리고 그것을 마음속에 새긴 후 실천해야 해.
지배층에게는 유가의 가르침이 굉장히 매력적이야.
지배자는 도덕적으로 사람을 이끌어 주는 존재가 되고 일반 사람들은 그를 따라가는 것이 바른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이야.
그런데 말이야. 과연 그럴까?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지배층은 소수야. 사람들 대부분은 지배자가 아니라 피지배자들이다. 과거 이들은 백성이라고 불려. 요즘은 국민, 시민이라 하고.
그 당시 백성들은 순전히 통치의 대상이었단다.
각 나라의 왕들끼리 전쟁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자 또 전쟁에서 얻는 가장 큰 전리품이기도 했어.
백성은 세금을 내는 도구였어. 당연히 백성이 많으면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있고 임금은 부유해져. 또 백성이 많으면 동원할 수 있는 군대도 커져.
이들을 동원하여 거대한 궁궐과 외적을 막기 위한 성곽, 군사적으로 도움이 될 도로나 운하의 정비 등이 훨씬 대규모로 쉽게 가능해져.
이러면 그 나라는 더 강해지지.
또한 많은 사람들로 인해 상공업의 비약적으로 발달해. 이것이 군사적으로 이용되면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강한 철로 만든 무기나 더 튼튼한 마구나 공성 장비 등도 갖출 수 있어.
이러니 각 나라의 임금들은 기를 쓰고 백성을 더 많이 자기 나라로 오게 하고 일단 들어온 백성은 도망치지 못하게 애썼어.
백성들을 어떻게 하면 자기편으로 잘 이끌어서 말 잘 듣게 하는가가 곧 제자백가의 사상이라고 볼 수도 있어. 유가는 도덕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스스로 알아서 임금의 말을 잘 듣도록 하자는 방법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어. 좀 섬뜩하지?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2. 도가의 사상의 근본은 삶에 대한 노인의 지혜
피지배층은 항상 괴로웠어.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그냥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겠지.
관리들이 와서 세금을 거두어가지도 않고. 전쟁한다고 군대 들어오라고 징병을 하지도 않고, 임금님 집을 새로 만들어야 하니까 나와서 일하라고 하지도 않고.
그냥 지금 살고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이 이들에게는 가장 좋은 일이 아닐까?
바로 이 부분을 본 학파가 도가란다.
도가(道家)는 유가와 더불어 동아시아의 양대 사상이라고 할 수 있어.
도가의 대표자는 노자와 장자라는 사람이다. 지난번에 공자를 말하면서 공자의 말씀을 모아 놓은 책이 논어라고 했어. 공자는 실존인물이란다. 공 씨 성을 가진 선생님이지. 그런데 노자는 노 씨 성을 가진 선생님이 아니에요.
노자(老子)라고 해서 나이 든 선생님을 말해. 즉 노자의 사상은 인생을 쭉 살아온 늙은이의 지혜라고 할 수 있어. 어느 특정한 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단다.
늙은 현자의 지혜들을 책으로 모으고 그것을 노자가 썼다고 한 것이지. 그 책이 도덕경(道德經)이야. 거의 시와 같은 글인데 아주 짧아.
도덕경을 보면 인생에서 의도가 개입된 행위를 부정해. 한마디로 “그냥 살면 되지 뭘 그러니?”라고 말해.
당장 볼까? 대부분의 엄마, 아빠는 애들에게 "공부해."라는 말을 달고 산단다.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렇지 않아. 그냥 놔둬도 잘 큰다고 하시지.
이것이 삶의 지혜인데 살아봐야 알아요.
단순하게 말해서 서울대학교 나온다고 성공하고 행복한 인생은 결코 아니라는 거야. 물론 그때는 좋지. 하지만 그것이 인생을 봤을 때 모든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야. 즉 구태여 아등바등거릴 필요는 없다는 거지.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길고 큰 틀에서 봤을 때는 정답이 아니야. 오히려 잘못일 수 있어. 그 일이 모든 것인 양 매몰될 필요 없고 그럴 경우 오히려 더 큰 깨달음을 잃게 만든다고 봐.
“강요하지 마.”.
3. 도가의 정치관 - 소국과민(小國寡民)
노자의 국가관, 정치관은 무위(無爲)에 기반하다 보니 한마디로 소국과민(小國寡民)이란다. 나라는 작아야 하고 백성도 적어야 한다는 거지.
보통의 통치 이념과는 많이 차이가 나지? 당연히 지배층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야. 국가를 크고 강하게 해야 하는데 반대로 하라니?
국가가 커질수록 제도도 많아지고 이것은 인간을 속박하게 돼.
도가는 바로 그것을 부정한 것이지. 사람을 그냥 놔 두지 왜 이렇게 힘들게 하니? 인위(人爲) 즉 사람이 의도적으로 하는 것을 부정하는 거야.
이게 모든 문제의 근원이니까 제발 그냥 놔두라고 주장해.
4. 적극적인 윤리 원칙 - 무위자연(無爲自然)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고 일부러 무슨 일을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놔두면 자기가 알아서 잘 돌아간다, 그러니 제발 간섭 좀 하지 마라.
억지로 끌어 붙이면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논리와도 비슷하지?
인위적으로 만든 제도를 부정하고 그것이 춘추전국시대, 피의 혼란기의 원인이라 말하며 해결책으로 무위자연을 주장해. 그것이 구체화된 모습이 소국과민이지. 피지배층, 일반 백성들은 얼마나 좋겠니?
이래서 도가의 사상은 지배층의 사상이 아니라 피지배층의 사상으로 퍼졌단다.
인간의 눈으로 보지 말고 세상이 돌아가는 자연의 법칙에 그냥 순응해서 살아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라는 거지. 자연의 법칙을 도(道)라고 했단다.
사실 자연(自然)이 ‘스스로 그런 것’이라는 말이야. 일부러 뭔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을 자연이라고 해. 예를 들면 억지로 안 하더라도 낮이 지나면 밤이 오는 것이 자연이야.
이렇게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려고 하는 사고가 동아시아에서는 기본적으로 깔려 있단다. 그것이 도에 들어맞는 삶이기 때문이야.
5. 민중의 기본 사상으로서 영향력
도를 익히고 그 자연의 원리를 내 삶에도 구현하려는 많은 노력들이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게 한의학이라고 할 수 있어. 지금 의학 논리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한의학 특히 동의보감은 도가의 이론에 뿌리를 박고 있단다. 재미있는 것은 그 논리대로 사람을 보고 병을 보고 다시 균형과 조화를 맞추면 아픈 사람이 치료가 된다는 것이지. 황당한 얘기는 아니란다.
무협지나 무협영화는 많이 황당한 방향으로 나간 얘기이고.
조금 전 말했지만 자연이라는 말도 도가에서 나온 말이란다.
지배층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반 백성의 마음에 딱 맞는 얘기가 도가의 가르침이었지. 그래서 유가는 지배층의 논리가 되어 제도를 형성하고 책으로 많이 남아 있는 반면에 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보통의 생활 속에 면면히 이어져 오는 사상이 되었단다.
도가는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은 피지배층의 바람이 표출된 사상이다.
정체불명의 노자라는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학파이지만 그것이 학파로 형태를 갖춘 적은 없었다고 봐야 해. 하지만 생활 속에 면면히 무위자연의 뜻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볼 수 있어.
사마천의 사기라는 책에 공자와 노자가 만나는 장면이 있어.
역사책인 '사기'에 실존인물이 아닌 노자가 출연하는 것은 좀 아이러니지.
공자의 평이 있는데 자기가 용을 보았대.
'도'라는 것이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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