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감각은 정확합니다.
동그라미를 네모로 보거나 빨강색 신호등과 초록색 신호등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소음 속에서도 차가 가까이 올 때 자연스럽게 피합니다. 또 썩은 맛은 기가 막히게도 뱉어냅니다.
감각 중 가장 직접적인 감각이라 할 수 있는 촉각에 있어서 촉각 역시 아주 세밀합니다. 부드러운 것과 딱딱한 것은 눈을 감고 만지거나 눈을 뜨고 만지거나 헷갈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간지럼은 다릅니다.
우리는 스스로 간질일 수 없습니다. 이것은 특정 문화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사실입니다. 왜 다른 사람이 나를 간질일 때에는 강한 감각이 발생하는데 스스로 간질일 때는 아무 느낌이 없을까요?
스스로 간지럼 태울 수 없는 것은 소뇌 때문
1. 기능성자기공명장치를 이용한 간지럼 실험
여기에 관한 답을 제시한 논문이 있습니다.
다이엘 월퍼트가 발표한 Why can’t you tickle yourself라는 논문에서 뇌의 관점에서 이유를 찾습니다.
인간은 어떤 행동을 스스로 할 때 결과를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느낌을 정확하게 압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테이블 위에 뜨거운 커피가 든 머그컵을 들 때의 느낌을 확실히 예측할 수 있지요.
뇌는 이런 예측을 통해 행동의 결과로 나타날 감각적 효과를 줄입니다. 내 행동이 끌어낼 느낌을 미리 파악하고서 그 느낌을 줄여버리는 것입니다.
뇌 활동의 위치와 강도를 보여주는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 기기(fMRI)에 사람의 머리를 넣은 다음 간질였습니다. 그랬더니 촉각에 관여하는 뇌 부위인 체성감각피질이 강하게 활성화되었고 소뇌는 별달리 활성화되지 않은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간질였으니 체성감각피질이 활성화되었을 것이고 움직임이 없으니 소뇌가 할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신체의 같은 부위를 스스로 간질이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소뇌의 한 지점이 활성화되었고 체성감각피질의 활성은 감소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실험 결과로 알 수 있는 것은, 스스로 간지럼을 태울 때에는 손 운동을 활성화하라는 명령이 소뇌를 자극했습니다. 그러자 소뇌는 예상 감각을 예측하고 체성감각피질을 억제했습니다. 체성감각피질의 활성이 감소하여 간지럼의 감각을 느낄 만큼의 역치에 도달하지 못한 것입니다.
2. 예상감각의 조절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동작으로 발생한 감각에는 주의를 적게 기울입니다. 길을 걸으며 내 몸에 스치는 옷의 감촉을 자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제자리에 서 있을 때 가볍게 스치는 감각이 느껴진다면 곧 알아채고 거기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어떤 목표가 있어 근육을 조절하며 움직일 때 그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많은 감각은 무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대신 외부에서 오는 감각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움직이는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상 감각과 그렇지 않은 감각을 구분하는 것은 소뇌입니다. 운동의 결정은 전두엽인 전운동피질에서 계획이 수립되어 명령을 내립니다. 소뇌가 운동 신호를 받으면 신체 운동에서 생겨날 감각을 예측합니다. 그런 다음 소뇌는 체성감각피질로 억제 신호를 보내 전체 감각에서 예상 감각들을 제거합니다. 그 결과 느끼는 감각이 달라집니다.
이로 인하여 미리 내가 내 목을 간질이는 운동의 실행이 일어나면 소뇌는 목에서 올라오는 감각을 해석하는 부위로 자극을 보내어 활성화를 억제시켜 더 이상 간지럽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게 합니다.
반면 다른 사람이 간질이면 내 몸의 계획된 운동이 아니기에 고스란히 간지럼을 타게 됩니다.
3. 운동과 감각 조절 과정에서 소뇌
뇌에는 대략 1,000억 개의 뇌세포가 있습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결정적으로 구별되는 특징은 큰 대뇌에 있습니다. 대뇌의 크기는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고 이로 인하여 인간은 동물과 차원을 달리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 대뇌를 갖고 있지만 대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뇌세포, 뉴런의 개수는 소뇌가 대뇌보다 훨씬 많습니다. 700억 개 정도의 뉴런이 있다고 추정합니다.
소뇌는 신체 동작의 통합에 관여합니다.
소뇌는 운동과 감각에서 들어오는 피드백을 이용하여 신체가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하고 근육에 미세한 수정 명령을 내려 동작들을 원활하고 매끄럽고 조화롭게 만듭니다. 손을 뻗어 커피잔을 잡거나 걷는 등의 행동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합니다.
만약 소뇌에 손상을 입으면 신체의 마비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만, 당연히 여기는 간단한 동작이 어색해집니다. 이를 운동실조(ataxia)라 합니다.
그래서 소뇌가 손상을 입어 예상감각을 예측하지 못할 경우 자기가 자신을 간질일 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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