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이력을 보면 사주명리학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사주명리학은 시간을 다루는 학문에서 출발합니다. 시간이 인간의 운명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발전시킨 것이 명리학입니다.
시간의 측정은 천문학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그 천문학은 오랜 시간 섬세한 관찰의 기록이 바탕이 됩니다.
케플러의 새로운 발견은 티코 브라헤의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사마천은 이들보다 훨씬 1,700년 먼저 그 길을 갔습니다.
- 목차 -
1. 태사령이 하는 일
2. 천자의 역할
3. 천문의 이해와 데이터
4. 천문과 인간세의 연결
5. 오늘날의 부끄러움
하늘을 읽고 운명을 알다
1. 태사령이 하는 일
역사서 '사기'를 쓴 사마천의 이력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태사령이라는 벼슬을 지냈는데 이 자리는 왕이나 제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대로 세습합니다.
하는 일을 보면 천문 현상의 관찰, 달력을 만드는 것, 국가 중대사를 행할 날자를 정하는 것, 기록, 도서관장 등 이 모든 것이 태사령의 직무입니다.
오늘로 따지면 NASA의 총책임자이자,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겸 국가기록원 원장, 거기다가 대통령 의전실장까지 겸하는 셈입니다.
업무를 보면 아무리 기능이 분화되지 않았던 옛날이라고 해도 너무 뜬금없습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2. 천자의 역할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는 실제로 사람들이 하느님의 아들로부터 통치를 받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중원의 황제는 단순한 왕이 아니라 천자(天子)였거든요.
하느님의 아들로서 우주의 절대적인 진리를 인간세상에 펴는 매개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왕이었던 것이지요. 한자를 보면 왕(王)은 천지인을 잇는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중국에서 왕은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드님이었습니다. 개념만 보자면 중국의 정치는 신정정치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인간 세상에 전하는 임무를 맡은 황제이기에 하늘의 뜻을 밝히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농경사회에서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장마에 대비해야 하는지 또, 언제까지 추수를 마쳐야 하는지와 같은 때에 따라 해야 할 일을 정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그것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천자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별자리의 움직임을 기초로 하여 파악합니다. 곧 천문을 읽어야만 했습니다.
3. 천문의 이해와 데이터
문제는 천문 현상을 파악하기에는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1년을 365일로 삼고 그 순환함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예전에야 대부분의 사람이 덧셈도 제대로 못하던 시절인데 365일의 변화를 눈치 채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어제 태양이나 오늘 태양이나 똑같은데 지나고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어 달라지고 얼마나 어려웠겠습니까!
일 년이라는 단위는 인간의 감각을 넘어서는 긴 시간입니다. 축적된 데이터가 없으면 일 년이라는 순환의 마디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늘의 변화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만 실제 사람이 경험하는 매일의 날씨, 즉 천기를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한의학의 한 영역 중에 운기학(運氣學)이란 것이 있습니다. 명칭을 보면 마치 도가의 수련처럼 몸의 기운을 움직이고 조절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 같습니다만 그렇지 않고 날씨에 관한 것입니다.
어느 해에 가뭄이 들고, 장마가 지고, 언제 바람이 어느 바람이 불고, 추위와 더위는 어떠할 것인가와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농업에 관한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한의학의 기본이 되는 책인 황제내경 소문에 운기칠편이라 하여 이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날씨 좀 더 그럴싸하게 말하면 천기(天氣)는 천문을 이해하고 다음으로 천문이 실제로는 어떤 현상으로 드러날 것인가를 밝힙니다.
천문을 보려면 해, 달, 별, 구름, 바람, 비, 눈과 같은 천문의 대상을 모두 알아야 하고 그것들의 미세한 변화도 알아야 합니다. 또한 해가 가장 낮게 뜨는 날, 가장 높게 뜨는 날과 같은 장기간에 걸친 변화도 알아야 하고 가끔 나타나는 일식과 같은 특수 현상도 이해해야 합니다.
거기다 태풍이나 가뭄, 바람, 서리와 같은 기상 현상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짧은 시간 이루어질 수 없는 한 세대에서도 이루어질 수 없는 지식입니다. 어마어마한 시간 동안 사소할지도 모르는 것들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그 지식이 대대로 이어지면서 비로소 천문에 대한 자료가 정리되고 상관관계를 이해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직업은 대를 이을 수밖에 없었던 전문직입니다.
그나마 중국은 인문주의가 발달했지만 이런 역할을 맡았던 사람들이 인도에서는 브라만이 되었고 신과 소통하는 사람들로서 지배층이 됩니다.
따지고 보면 오늘도 미국이 NASA를 운영하면서 우리는 알 수 없는 수학이라는 자기들만의 비술(秘術)로 하늘의 권위를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4. 천문과 인간세의 연결
자료의 축적이라는 점에서 그것을 관리하는 도서관장의 역할도 맡게 됩니다. 자료를 정리하는 일이 곧 역사가 되는 것이니 오늘날 따로 노는 세 역할이 모두 세습으로 한 가문이 하는 업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천문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다 보니 하늘의 뜻을 임금에게 알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금의 행동과 국사에 있어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임금을 천자로 알고 있던 때에 임금이 어떤 행사를 하는데 우레가 친다거나 일식이 일어나거나 하면 이것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됩니다. 택일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태사령이 의전실장도 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마씨 가문이 요순시대부터 대대로 역사와 천문의 일을 맡았다고 하니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을지 놀랍습니다. 최소 1,500년입니다. 그 오랜 시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늘에 드리운 비밀을 밝히고 그 속에서 드러난 법칙이 인간 세상에 적용되는 것을 정리한 것이 '사기'입니다. 어느 왕조나 피할 수 없는 흥망성쇠의 법칙이 있음을 밝힙니다. 사마천 개인의 저작이었기에 이런 탁월한 견해가 나올 수 있었을 겁니다. 국가가 개입한 어찬(御撰)이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왕조의 흥망성쇠도 하늘에 드러나 있을진대 개인의 성쇠야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천문을 바탕으로 하늘에 그려진 시간의 무늬가 인간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이 확장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서양의 점성술, 우리 문화에는 명리학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이유로 명리학은 조선시대 음양과의 한 과목이었고, 음양과는 천문 현상을 파악하는 기술직 관료를 뽑는 시험이기도 했습니다.
천문과 역사와 운명이 이렇게 이어집니다.
5. 오늘날의 부끄러움
사마천에 대해서 제 생각이 맞는지 보려고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우리나라 검색 포털은 참으로 초라합니다. 광고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기에 익숙해졌겠지만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항상 구글을 이용하게 됩니다.
위키피디아에서도 사마천에 대한 국내 자료는 참 빈약합니다. 영어 자료와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일본어 자료를 참고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이 많이 왜곡되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사마천은 수많은 지식의 자료들을 모아 인문주의의 역작인 '사기'를 만들었는데 국내 인터넷 업체는 광고로 돈 벌 생각만 합니다.
2000년이 지났음에도 오히려 퇴보한 것 같아 궁형을 받으면서도 이 책을 남겼던 그 사람에게 미안함마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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