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춘분에는 어떤 특징이 있으며 왜 이런 특징이 나타나는지 알아봅니다.
최근에 상담한 분들이 이런 경우가 있어 종합해 봅니다.
- 목차 -
1. 음양(陰陽), 대상의 구분
2. 가장 중요한 시간은 월(月)
3. 춘분은 빛이 더 많아지는 때
4. 미약하나 투쟁의 시작
춘분의 특징과 그 이유
1. 음양(陰陽), 대상의 구분
어떤 대상을 구별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그 대상이 다른 대상과 다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즉 인식은 한 대상을 나머지 모든 것과 구별하는 행위입니다. 이것을 동양철학적 용어로 음양이라 합니다.
대상이 무엇이건 하나를 양이라 하여 나머지 곧 음과 구별하는 인식이 음양론입니다. 집합과 여집합이라 생각해도 좋습니다.
시간과 관련하여 어떤 한 시간의 흐름을 다른 시간대와 구별할 수 있는 것은 하루 동안 지구의 자전과 관련하여 느낄 수 있습니다. 해 뜰 때와 해가 질 때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누구나 압니다. 어떤 대상을 다른 대상과 구별하여 고유한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하루라는 큰 틀 안에서 시간이 아니라 좀 더 큰 틀 내에서 하루하루를 다른 날들과 구별되는 것으로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과연 어제와 오늘, 내일이 어떻게 다를지 구별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식의 지평을 넘어서는 시간의 범위이지만 1년이라는 큰 틀 내에서 월로 구성되는 시간들은 오랜 관찰을 통해 구별이 됨을 확인했습니다. 공전과 관련된 기다란 시간 속의 일이어서 직감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만 기억과 기록을 통해 분명한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을 아주 개괄적으로 구별한 것이 봄, 여름, 가을, 겨울입니다.
사계절은 분명히 반복되고 그 계절은 고유의 특성을 가지며 다른 것들과 구별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농경 사회에서 사계절의 시작과 끝을 아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기에 하루의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했습니다.
2. 가장 중요한 시간은 월(月)
생존과 직결되는 농경, 농경을 결정하는 것은 일 년이라는 순환이었습니다. 그 순환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개인, 사회, 국가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감각적으로 365일이라는 시간 틀을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1년이라는 순환을 발견하고 구분할 수 있었을까요? 하늘을 관찰함으로써 가능했습니다.
1년이란 지구의 공전에 의한 것이고 오늘날과 같이 물리학, 천문학적 계산을 하지 않더라도 태양의 고도를 통해 1년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태양의 위치는 별자리의 위치를 바탕으로 해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별자리 위치에 태양이 올 때는 어떤 일들이 나타나고, 얼마가 지나면 어느 별자리 위치에 태양이 자리를 잡는데 그때는 어떠한 일들이 나타난다는 데이터가 축적이 되면서 비로소 미래의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으나 별자리의 움직임은 철저하게 규칙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절대적으로 어긋남이 없는 별의 시간에 맞춰 태양의 움직임이 바뀌고 그 움직임이 계절을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또한 계절은 농사로 인해 인간의 삶을 철저하게 지배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원초적인 자료는 지금 태양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주로 태양이 자리 잡은 별자리가 기준이 됩니다. 서양의 점성술은 그 별자리를 바탕으로 합니다. 태어난 생일이 어느 별자리에 속하는지 파악하고 별자리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이 오늘날 자주 쓰이는 별자리 운세입니다.
사주명리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월입니다. 그것도 12개의 월을 지칭하는 월지가 핵심입니다. 월령(月令)이라고도 하는데 월이 곧 규칙, 법령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월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절대로 변하지 않는 매년 특정한 시기에 나타나는 별자리에 태양이 자리를 잡을 때를 월로 표시하지만 그 월은 태양의 변화로써 체감됩니다.
동지일 때는 밤이 너무 길고, 하지일 때는 반대로 낮이 깁니다.
동지에서 하지로 가는 동안에는 해가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추위가 더 심해지는 겨울을 견뎌야 하고, 그것이 끝나 어느 순간 낮과 밤이 같아지는 때를 맞습니다. 그러면 태양이 길어지는 만큼 서서히 열기고 오르리라 예상할 수 있으며 다시 생명의 주기가 시작합니다.
3. 춘분은 빛이 더 많아지는 때
춘분은 의미가 남다릅니다.
춘분 이후로 밤, 어둠이 길던 시기를 끝나고 비로소 낮, 빛이 더 길어지는 세상이 옵니다.
춘분이 있는 월은 묘월입니다. 묘시는 새벽 5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입니다. 빛이 있으니 이제 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춘분 이후, 일출 이후 어둠에 가려져 있던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춘분은 빛을 통해 한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자각의 시기이며 스스로를 깨달은 개인은 또 눈을 들어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때입니다. 무명, 미명의 시기는 끝이 납니다.
춘분이 되기 전까진 한 해의 땅 밑에 어떤 새로운 것들이 잠재해 있는지를 모릅니다. 춘분에 빛이 늘어나면서 비로소 다가올 한 해가 과연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춘분은 다가오는 한 해가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져 갈 것인가를 우리 눈앞에 펼쳐주는 첫날이라 하겠습니다.
4. 미약하나 투쟁의 시작
춘분의 의미는 빛으로 보이는 때, 이제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힘겨운 삶의 여정이 시작하는 때입니다.
태양의 변화는 변함이 없으나 사람들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냥 하루를 살아갈 뿐입니다. 다만 체험하는 것은 그 날의 날씨일 뿐입니다.
날씨와 천문은 근본적으로는 관계가 있으나 딱히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말하기 곤란합니다.
하지만 춘분에 이르러 그냥 그날을 넘기더라도 이날은 빛이 늘어나 자각하게 되고 세상도 바라보게 되는 때입니다.
춘분에 이르러 한 해의 힘겨운 투쟁과 전투가 본격화합니다. 당연히 시름 또한 깊어집니다. 겨우 빛이 비추기 시작했을 뿐이어서 명명백백 모든 것이 다 드러나 보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겨우 빛만 늘어났을 뿐 더 중요한 에너지는 아직 없습니다. 3월은 열기가 부족한 때입니다.
그런데도 춘분에 이르면 온 세상이 싸우기 시작합니다. 괜스레 부산스러워집니다. 아니면 적어도 처절하게 부끄러워집니다.
그 미약한 힘으로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춘분에 하루를 놀면 한 해 내내 배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빛과 열기, 그리고 그것이 만든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춘분은 빛이 비로소 열리는 때입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잡듯이 미약하고 회의에 들더라도 움직일 때입니다.
덧글)
최근 상담한 몇 분의 사례를 종합하여 운명의 춘분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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