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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가족 한방 주치의
일상스케치

싱어게인 이소정 감상

by Mr. Goodman 2020.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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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가수의 첫 무대는 떨림이 크다. 그리고 관객의 울림도 크다.

 

11호 가수

레이디스코드라는 아이돌 그룹이 있었다.

내가 이 그룹을 기억하는 것은 슬픈 사고 때문이다. 빗길 교통사고로 인해 밝고 예쁜 가수가 운명을 달리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그의 성장을 지켜 본 까닭에 친근했다. 그래서 그의 사고는 많이 안타까웠다.

 

TV에서 보이지 않았지만 그룹은 남은 멤버로 계속 활동을 이어갔다.

무대에서 이름이 소개되면 관객들은 안타까운 격려를 보냈다. 인지상정이다.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 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인간의 그 선한 공감의 마음이 한편으로 이들에게 벗어날 수 없는 족쇄였다.

 

가수, 특히 아이돌 가수는 예쁘게 밝은 모습으로 관객에게 기쁨을 주고 달콤한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가벼운 두근거림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지나 이들이 나오면 박수를 치며 기쁘게 환호하며 맞이한다. 그리고 가수와 관객이 같이 하나가 된 무대를 만든다. 아이돌 가수는 만나서 반갑고 기쁘고 즐거우며 사랑스러운 사람들이다.

 

아이돌 무대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소개를 받아 나선 순간 관객들의 마음은 가슴 아픈 연민으로 가득 찬다. 분명 그 마음이 가수들에게 전해졌으리라. 기쁨과 즐거움을 주어야 하는 사람들이 존재만으로 연민의 감정을 일으키는 존재의 모순 속에 이들은 있었다. 도저히 헤쳐나갈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더이상 존재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 그리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슬픔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추측컨대 계약 기간이 있어 그만둘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의미가 없더라도 그 시기를 견뎌내야만 했다.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그럴 수 없이 점점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레이디스 코드의 한 멤버가 홀로 무대에 섰다.

무명가수들의 재기 무대라 할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그녀를 알고 있던 심사위원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를 몰랐던 심사위원은 가수가 자기가 속해 있던 그룹명을 말하자 말문이 막히며 안타까움의 감정이 심사위원석을 지배한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오디션을 앞두고 가수는 심하게 동요한다. 보고 있는 시청자로서 불안하다.

하지만 이미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고 많은 무대에 섰던 프로페셔널한 가수답게 음악이 시작하자 혼신의 열정을 노래에 담는다. 노래에 담긴 흔들림은 오히려 관객의 심금을 더 울린다.

 

모든 심사위원들로부터 다음 무대를 듣고 싶다는 평가를 받는다. 참가자들 중 몇 명 안 되는 영광이다.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알리는 불이 모두 켜졌을 때 그녀는 무대에 선 가수가 아니라 힘든 시간을 견뎠던 사람으로서 자기도 모르게 단말마의 흐느낌을 내뱉는다.

내게는 가수답지 못한 이 한 호흡이 오히려 이 무대의 완성으로 보였다. 

 

가수로서 노래하는 모습을 평가하겠다는 김이나 작사가의 말이 고맙다. 그렇게 말함으로써 과거와의 단절을 시청자에게도 알리고 있다. 

 

이제 훨훨 비상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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