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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가족 한방 주치의
일상스케치

싱어게인 김준휘, 정홍일 감상

by Mr. Goodman 2020.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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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무명가수전의 두 가수 김준휘, 정홍일의 첫 무대

감상평을 한마디로 하면 깊은 고독의 냄새가 짙게 난다.

 

먼저 노래를 듣자.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한 무리의 모든 희망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잡아먹으려는 적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온몸으로 자기 무리를 지켜내고 있다.

 

압도적으로 강한 적대 무리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하게 되었다.

허약한 자기 집단을 지키고 더하여 적을 물리쳐 승리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

혼자서 그 거대한 적과 맞서 이겨야 한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지만 피할 수 없는 싸움이기도 하다.

그는 싸움을 앞두고 아무렇지 않게 한마디 던진다. "한번 해 보입시더."

 

1984년 한국 시리즈를 맞이하던 최동원은 전설이 되었다.

 

2천5백 년 전에도 이런 남자가 있었다. 형가라는 자객이다.

전국시대의 막바지, 곧 사라질 연나라를 지키기 위해 훗날 진시황이 된 정을 죽이려 한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해야 할 일이다. 그는 국경인 역수에서 노래한다.

 

風蕭蕭兮易水寒 (바람은 쓸쓸하고 역수 물은 차갑다.)
壮士一去兮不復還 (뜻을 품고 떠날 뿐이니 돌아오지 못하리라.)

 

겉으로 보면 모든 어려움을 감내하는 사람으로 보이더라도 어디 그렇겠는가?

얼마나 많은 번민과 두려움으로 속을 태웠을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살아있는 생명은 살아남으라는 절대 명제를 부여받는다. 이 명제는 말이 아니라 세포핵 깊숙이 DNA에 박혀 있다.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세포는 자기 복제를 함으로써 거역할 수 없는 생의 흐름은 반복하고 이어진다.

그 명제를 거부하고 해야 할 일이기에 덤덤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거룩하다.

또 수명의 뒤에 그 사람의 고독과 버거움이 있을 것을 알기에 절절하다.

 

싱어게인 10호 가수가 노래를 한다. 

꽤 연배가 있어 보이나 아직 무명이다.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한,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대한 버거움, 그러나 여전히 살아야만 하는 삶임을 노래에 담는다.

그의 소리가 들렸을 때 나도 모르게 탄식하고 말았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목소리에 담는다.

 

한낮 거실에서 빨래를 개었다..

무심코 티비에 나오는 이분 노래에..

눈물이 막 흘렀다 내 감성을 건드림..

왜 울었는지는 나도 모름...

옛사랑인가..

돌아가신 엄마인가..

눈부신 햇빛에 초라한 내 모습인가..

 

이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노래를 들은 뒤 읽은 까닭인지 댓글도 깊게 울린다.

 

무명의 틀이 깨어지고 그의 짙은 감성이 많은 사람의 가슴속을 쓰다듬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 곡 더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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