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한의사가 되기 전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서울대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했던 저에게 사탐을 배운 제자가 전국 수석을 했습니다. 그 경험을 나눕니다. 고등학생들이 봤으면 좋겠군요. 예전에 학생들에게 했듯이 편하게 말하는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지수에게
역사나 사회 과목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지? 외워야 할 것들이 많은 암기 과목이라 참 귀찮고 짜증 나고 힘들어하는 것 같구나. 사회 과목이 외울 것이 있지만 무조건 외워야 하는 과목은 아니야. 이 과목들은 지식을 전하는 다른 과목(ex. 과탐)들과는 달리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야. 다른 과목과 비교해서 암기할 것이 많은 것이 아닌데(영어 단어가 훨씬 많아) 암기 과목으로 폄하당하는 것 같아 아쉬워.
드라마나 영화를 안 본 친구에게 얘기해준다고 생각해 봐.
캐러비안의 해적을 얘기해 준다고 할까? 내용의 전개와 묘사뿐만 아니라 얘기를 전하면서 네 생각도 덧붙일 거야. 해적이란 것이 뭔지 말하고 요즘은 없는데 당시에는 있었던 까닭도 설명할 수 있겠지. 해적은 바다에서 가치 있는 것을 훔쳤을 텐데 분명히 물고기는 아니었을 것이고 무엇을 도둑질했을까? 그렇다면 그 물건들을 싣고 다닌 배가 있었겠네. 이 물건들이 오간 항로나 함대 크기도 있을 것이고. 도둑 맞은 사람은 그럼 어떡해? 가만히 있었을까? 배경에 있는 이런 생각을 더하면 얘기가 훨씬 재미있을 거야.
이야기를 할 때 너무나 자연스러워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고의 흐름을 보자. 우선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을 봐. 이어서 자연스럽게 지금 여기와 무엇이 다르다는 것을 보게 돼. 비교하고 차이점을 파악하는 거야. 그리고 왜 이렇게 다른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을 거야. 만약 내가 그곳에서 산다면 이유를 알아야 새로운 상황에 놀라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어.
좀 더 관찰하면 이러니까 결국 변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지.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사회의 변화 원리에 대해 이해하게 된단다.
시간과 장소가 다른 데에서 살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으며, 어떤 생각을 했고, 그것이 오늘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지금과는 많이 다른 환경 아래에서도 조화를 이루고 살았던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야.
더군다나 옛날 사람들의 흥망의 사건에서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의 원칙도 끄집어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사실 사회라는 것이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으로 사람을 생각해야 해. 생존이라는 생물학적인 측면의 선택에서 출발하여 욕구, 선호와 관련된 선택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사회적 방향성이 나타난단다. 환경 속에서 가장 큰 만족을 주거나 위협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선택돼.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사회 과목 공부란다.
사회 과목이란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라고 했지?
이야기를 하려니 이야기의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 있어. 마치 외워야 할 것처럼 나오는 많은 말들은 그다지 안 외워도 되는 것들이야. 이런 것들 대부분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을 가리켜. 문화유적이라 할 수 있어. 예를 들자면 빗살무늬토기, 석굴암, 피라미드 등 많지. 세세한 것들 다 외워야 하나 싶어 힘들어하는데 안 외워도 돼. 그 사회의 특징을 드러내는 중요한 것들이 있는데 그것만 외우면 돼.
그렇다면 그 사회의 특징이란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것은 그냥 이야기야. 어떤 하나하나 외우는 것이 아니고 어떤 단락 전체를 이야기로 읽어보면 알 수 있어.
예를 들어 보자. 침팬지처럼 살던 인류가 농사짓는 법을 알게 되었어. 그러면 알갱이를 모아야 할 것 아냐? 쌀을 손에 쥐고 옮길 수야 없지. 그래서 만든 것이 담을 그릇이야. 자, 여기서 보면 유물과 사회의 특징이 서로 이어져 있지? 빗살무늬토기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농경생활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 농경생활이 시작하면서 이전의 인류와는 결별하게 되거든.
그러니 그 단원에 있는 세세한 것을 외우려 하지 말고 읽어야 해. 소설 읽듯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해서 그 사회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지.
하나의 사실이나 물건이 아니라 그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이 드러나는데 이것은 좀 추상적인 용어가 돼. 이것이 반드시 외워야 하는 말들이야. 많다고? 아니. 각 단원의 소제목에 해당 될 뿐인데. 안 많지? 빗살무늬토기 보다는 농경사회가 좀 더 추상적이고 이것보다 더 추상적인 말이 신석기 혁명이라 할 거야. 말이 점점 더 추상화하면서 핵심을 언급해.
개별적인 것을 떠나 다양한 현상들을 포괄하는 추상적인 말들이야. 그런데 다른 사회와 비교하면 차이가 나기에 구별하기 위해 그런 말을 붙여. 서양과 동양은 다르지? 사람 생긴 것부터 지구 위에 있는 위치, 사람들이 갖고 있던 생각 등 그래서 서로 구별하는 거야. 서양과 동양은 지리적으로 구분된 포괄적 용어인 셈이야.
어떤 사회가 있어.
그 사회는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와 달라. 다른 것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너무 많아. 왜 이렇게 다른 것이 많을까? 이렇게 다른 모습을 만들어낸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 원인을 찾아 이로부터 유래된 사회의 특징을 어떤 단어로 이름 붙인단다. 그 이름은 그래서 많이 추상적이야.
우선은 이 추상적인 단어를 익혀야 해. 어려울 것 없어. 해당 단원만 천천히 읽어보면 되니까.
너무 길어지니까 쉬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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